올해 첫 광역정찰 나선 해경 초계기 ‘챌린저호’

[르포] 해양영토 수호 ‘이상무’ 한치의 도발도 용납 않겠다

지난 1월 24일 오전 10시 김포국제공항 해양경찰 격납고.

인천해양경찰서 고정익항공팀 소속 초계기인 ‘챌린저호’가 올해 첫 광역정찰임무를 위해 활주로에 올랐다.

2001년 해경의 첫 초계기로 도입된 챌린저호는 최대속력이 시속 833㎞에 달해 이륙 후 1시간이면 전국 어느 해역이든지 도착할 수 있다.

단 몇 초 만에 시속 300여㎞를 돌파하며 이륙한 챌린저호는 어느새 구름을 뚫고 700m 상공에서 정찰임무에 돌입했다.

서해EEZ·이어도·독도까지 2천㎞ 비행

7시간 만에 바다 3면 순찰 완료

본보 신동민 기자, 해경 초계기 ‘챌린저호’ 탑승 취재

서해… 불법조업 중국어선 출몰에 24시간 비상해역

“여기는 인천 챌린저. 현재 219해구에 중국어선 30여 척 분포됨, 확인바람.”

오전 11시 전남 흑산도 남서쪽 28㎞ 상공.

전탐사 박성주 경사가 인근 해역을 항해하는 목포해경 소속 1508함에 교신을 시도한다.

초계기에 탑재된 레이더에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한 수십개의 노란색 점(타겟)이 포착된 것.

레이더엔 타겟의 좌표와 속도가 고스란히 표시되고 있다.레이더는 우리측 EEZ와 대한민국 영해선을 각각 흰색, 파란색 선으로 표시하고 있으며, 바다에 떠 있는 선박들은 노란점으로 나타난다.

흰색선과 파란선 사이의 공간, 즉 우리측 EEZ에 이날 조업이 허용된 중국어선은 426척. 하지만, 레이더의 타겟은 500개가 족히 넘어 보였다. 80척 가량은 불법조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전탐사 홍 훈 순경도 적외선 열영상장비(FLIR)의 컨트롤러를 조작하며 이들의 이동경로를 쫓느라 분주하다.

박 경사는 “레이더로 상선인지 어선인지를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보통 중국어선들은 저인망 쌍끌이 조업을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며 “하지만 불법조업 여부를 최종 확인하는 임무는 해상에 떠 있는 경비함의 몫”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항해 중이던 목포해경 경비함정인 1508함이 챌린저호의 교신을 받고 즉각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처럼 서해는 여전히 불법조업 중국어선과 해양경찰이 충돌하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중국어선들은 배에 1∼2m 길이의 쇠창살, 2m 높이의 철갑판 등 방어시설을 설치, 해경의 승선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나포를 위해 배에 오르는 해경에게는 쇠 파이프나 쇠망치 세례가 퍼부어지기도 한다.

해경은 중국어선의 강력한 저항에도 밀리지 않고 불법조업에 엄정대응하고 있다. 불법조업 혐의로 나포된 중국어선은 2010년 370척, 2011년 534척, 2012년 467척에 이른다.

챌린저호는 바로 이들의 위치를 가장 먼저 포착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국토면적 4.5배 철통경계 첨병… 기내 가득 긴장감

오전 11시50분 제주 마라도에서 149㎞ 남서쪽에 있는 이어도. 수중 암초인 이어도 위에 국립해양조사원 해양과학기지가 우뚝 솟아 있다. 보기엔 평안해 보이는 이곳. 하지만 이곳 해역은 중국 항공기·관공선의 출현 횟수가 지난 2008년 3회에서 지난해 60여 차례로 급증하는 등 관할권을 둘러싼 한·중 간 갈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우리 정부는 한·중 간 EEZ 경계획정 협상과는 별개로 이어도 관할권이 우리에게 있다고 보고 지난 2003년 이어도에 과학기지를 설립한 뒤 해양조사 연구활동을 진행 중이다.

반면 중국은 이어도에 대한 한국의 일방적인 행동이 어떤 법적 효력도 지니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항공기나 관공선을 이어도 해역에 보내는 횟수도 늘리고 있다.

해경은 우리의 관할권 범위를 중국 측에 확고하게 인식시킨다는 방침 아래 경비함의 이어도 순찰을 정례화하고, 주기적으로 항공 초계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도 제주해경 3006함과 3011함이 이곳 해역에서 흰 물살을 가르며 굳건히 경비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오후 3시 뿌연 안갯속에 검정 원뿔형의 독도가 눈앞에 들어왔다. 독도 옆엔 경비임무 중인 동해해경 소속 3007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이곳 역시 3일에 1차례꼴로 일본 해상보안청의 순시선이 나타나는 등 긴장감이 팽배한 상태다. 출현 횟수도 2009년 88회, 2010년 95회, 2011년 93회, 2012년 99회 등 매년 늘고 있다.

다행히 이날 순시선은 보이지 않았지만 해경은 이들의 돌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강릉과 울릉도에 헬기, 광역초계기를 배치하고 철저한 감시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챌린저호는 이륙 7시간 만인 오후 5시 김포공항에 돌아왔다. 이날 한반도를 돌며 광역순찰한 거리는 무려 2천여 ㎞. 챌린저호의 활동 반경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해외로도 넓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필리핀 북동방 185마일 해역에서 제주 선적 화물선이 침수사고를 당하자 곧바로 사고해역에 도착, 인근 상선에 구조를 요청해 선원 17명을 모두 구조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챌린저호 기장 강두성 경정은 “우리 EEZ면적이 국토면적의 4.5배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다”며 “우리의 해양영토 수호를 위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_ 신동민 기자 sdm84@kyeonggi.com 사진 _ 연합뉴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