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경찰관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최일선에서 용기와 헌신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치안인프라 구축을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에는 경찰의 노력뿐 아니라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해 12월28일 오후 9시, 인천시 서구에서 동거녀의 이별 통보에 앙심을 품고 동거녀를 살해하려한 사건이 발생했다. 112 신고 당시 신고자의 목소리는 다급했지만 정확한 위치가 특정되지 않아 경찰이 사건발생 지점으로 의심되는 아파트를 어렵게 찾아낸 후 잠긴 문을 부수고 들어가 온몸이 칼에 찔린 피해자를 구출할 수 있었다.
2011년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의 보호’가 경찰의 임무로 추가된 이후 작년 12월 마련된 ‘위급상황시 가택 출입지침’을 활용한 첫 번째 사례이다.
우리 경찰은 국민 신변에 위해가 있을 때 한치의 망설임 없이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고 그것이 경찰의 사명임을 잘 알고 있다.
지금도 생생한 음주단속 중 교통사고로 순직한 인천 연수경찰서 故 강명희 경감의 사고 당시 블랙박스에는 도주하는 음주차량을 발견하자마자 반사적으로 뒤쫓아가는 강경감의 모습이 담겨 있어서 주위를 숙연하게 한 일이 있었다.
뜨거운 엔진만으로 자동차가 달릴 수 없듯 인력, 예산 그리고 법 제도가 기어와 액셀러레이터로서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선진국은 경찰 한 명이 담당하고 있는 인구가 400명 미만이지만 우리나라는 502명이며 특히 인천경찰은 이보다 많은 577명을 책임지고 있다.
경찰관은 매년 평균 15명이 순직하며 1천500여명은 부상당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1인당 GDP 대비 치안예산비율은 미국 0.87%, 영국 1.43% 등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0.42%에 불과하다. 각종 법 제도 또한 경찰이 소신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치안인프라는 많이 부족한 반면 경찰의 치안부담은 꾸준히 상승 추세에 있다.
5대 범죄, 112신고, 교통사고 등 주요 치안수요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학교폭력 등 폭력범죄는 인구 10만명당 609.2건으로 미국 252.3건, 일본 50.4건에 비해 월등히 높다.
국민의 안전ㆍ질서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경찰의 역할과 치안서비스의 질적 수준에 대한 기대감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지만 치안인프라 확충에 대한 공론화나 지원은 저조하다.
열악한 현장 치안력을 보강하기 위하여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정신으로 경찰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된다.
‘안전’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로서 치안서비스는 국민의 삶의 질과 국가경쟁력에 직결되는 사회간접자본인 것이다.
몸이 아프면 통증부위만 살필 것이 아니라 발병부위를 찾아내고 거기에 맞는 약을 처방해줘야 하듯 경찰에 대한 지원은 ‘배려’나 ‘소모성 비용’이 아니라 안전한 사회를 위한 ‘투자’인 것이다.
‘활주로 이론’이 있다.
점보여객기의 경우 1천800m를 260~ 300km/h 정도의 속도로 달려야 이륙에 필요한 양력을 얻을 수 있다.
우리 경찰은 언제라도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일정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치안인프라를 구축해 주고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은 경찰의 노력뿐 아니라 국민의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경찰이 이륙하여 비행기에 탑승한 국민을 “행복의 나라”로 안전히 모실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애정어린 관심과 지원을 요청드린다.
이 인 선 인천지방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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