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5명의 사망자를 포함한 많은 인명 피해를 낸 구미 지역의 불산 누출사고에 이어,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돼 1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4명이 현재 입원 치료중인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불산이란 불화수소산의 약자로서 맹독성의 불연성 가스인 불화수소가 물에 녹은 것이다.
불산은 금속을 부식시키고 모래(규소)도 녹일 정도로 불술문의 제거에 탁월한 특성을 가진 물질이다. 따라서 전자산업에서 반도체나 모니터의 세척 및 연마제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 청소나 세탁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이런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서는 각별한 안전장치와 보호장구의 확보는 물론, 만약의 누출과 같은 사고 발생시 신속한 대응체계로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고 발생 이후 세계적 초일류 기업을 자처하는 삼성 측의 대응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하기 보다는 은폐나 축소에 급급하며,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권력의 투입과 조사조차 방해하는 초법적 행동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삼성 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은 물론 공장지역 주변의 수많은 학생과 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삼성은 지난 수년간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백혈병 사망에 대해서도 기업비밀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등 항상 생명보다 기업의 비밀과 이윤을 앞세우는 세계 일류기업에 걸맞지 않은 비겁함을 보여 왔다.
앞으로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계속 발전하는 과정에서, 보다 강력하고 유해성이 검증되지 못한 새로운 유해물질들이 더 많이 사용되어 질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강력한 이행이 요구된다.
먼저 현재 산업체에서 다루는 다양한 화학물질에 대한 종류와 그 유해성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정보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도 1970~1980년대 전자산업의 발달에 따른 건강과 환경문제로 인해 미국 내에서도 가장 먼저 지역사회 주민들의 알권리, 유해물질관련조례 등이 입법화되어 기업은 사용 또는 저장하는 유해물질을 공개하고 문서로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사후적 대책에 대한 보완과 엄격한 처벌이 요구된다. 사고 발생시 신속한 관계기관의 현장방문 등 협조보고체계와 체계적인 사고대응 방안의 재정비 체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신속한 원인파악과 대처가 소중한 생명을 조금이라도 더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고가 난 사업장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다. 사고가 나면 항상 작업자들의 부주의로 책임을 전가하며, 영업비밀로 진실을 은폐하고도, 사업주는 불과 몇백만 원의 과태료로 면죄부를 주는 솜방망이 처벌로는 하루에도 7~8명, 매년 2천500명 이상이 죽어가는 산재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작업장의 산업재해사망도 살인으로 취급하여 사업주의 형사처벌이 가능한 영국의 ‘기업살인법’의 취지를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의 명복과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바라면서,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칭하며, 안전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에서는 과연 이윤보다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가 될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김 철 홍 인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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