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시대’ 야전사령부는 소방업무 화재ㆍ재해ㆍ노약자 보호 멀티플레이
장애인과 노년층 등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등 복지 개념이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만큼 소방 업무는 곧 복지를 구현하는 일입니다” 취임 3년차에 접어든 이양형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58)은 소방업무에 대한 소신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화재뿐만 아니라 태풍과 가뭄, 폭설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급수지원, 제설, 배수작업, 고드름제거 등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은 기본”이라며 “최근에는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임산부·노인전용 구급차 운용도 확대하는 등 복지와 관련한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역할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6분마다 1명 꼴로 구급활동
도소방재난본부는 1천200만 경기도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역할이 막중하다. 이 본부장은 도소방재난본부의 역할론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경기도에서 일어나는 각종 재난대응은 물론이고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생활 속 사고 예방까지, 경기도의 안전을 지키는 기관으로 1천200만이 넘는 인구와 1만㎢의 광범위한 구역을 책임지고 있다. 이는 전국 인구의 23.6%에 해당하고, 면적은 10.2%에 달하는 만큼 그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많은 인구와 큰 면적을 책임져야 하기에 도소방재난본부의 인력과 인프라는 막강해야 한다는 것이 이 본부장의 생각이다.
도내에는 소방재난본부, 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학교, 34개 소방서에서 총 6천179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펌프차, 탱크차, 고가차, 굴절차, 화학차 등 각종 소방차량, 최첨단 소방헬기, 소방정 등 1천381대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막강한 인력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2012년 도소방재난본부는 빈틈없는 소방활동을 전개해왔다.
이 본부장은 “지난 한해 동안 1만19건의 화재 진압, 5만2천121건의 구조출동, 31만7천310명의 구급이송 등 쉴 새 없이 소방 활동을 벌여왔다. 이를 시간단위로 풀어보면 화재는 50분마다 1건, 구조활동은 10분마다 1건, 구급활동은 1.6분마다 1명 꼴이었다.
특히 지난해는 화재, 구조, 구급 등 기본출동 외에도 100년만의 극심한 가뭄과 함께 볼라벤과 덴빈 등 태풍, 폭설 등 자연재난으로 현장활동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움이 컸다”고 토로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해 화재사망자를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 104명에서 56명으로 46%나 획기적으로 줄였고, 물놀이 안전사고 제로화를 달성했다.
‘서민 밀착형 119’ 실현 올인
이 본부장은 올해 경기도 소방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방향과 시책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우선 도민 생명 및 재산보호와 함께 대원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교육훈련, 현장대응역량 강화, 현장지휘권 확립을 통해 순직사고 제로화를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번째로는 ‘서민 밀착형 119’를 실현하기 위해 소방공무원 월급의 끝전을 적립하는 119마음모아 기금운영, 푸드뱅크 등 식생활 기부단체와의 MOU체결을 통한 급식 지원, 재난심리 치유지원센터 운영 등으로 재난피해 주민을 경제적·정신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또 사회 취약계층을 화재 등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소방시설(단독경보형 감지기, 소화기 등)을 확대 보급하고 전기·가스 안전점검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원격영상 의료지도 시스템을 구비한 중환자용 구급차,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임산부·노인전용 구급차, 혹서·혹한기에 대비한 Call & Cool, Call & Warm 구급차를 운영해 119구급차의 이동병원화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인력난에 순직자 늘어나는 소방관 현실 안타까워”
지난해 말 일산소방서에서 두명의 소방관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매해 발생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 본부장은 “2009년을 제외하고 최근 5년간 경기도에서는 소방관 순직이 매년 두 명 꼴로 발생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 같은 순직사고가 발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소방관들이 재난현장에서 업무를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도적 측면으로는 기존에 소방서에서 수행하던 소방검사 업무를 민간위탁으로 전환시킨 결과 화재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들이 대상물의 내부구조나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여 대비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또 구조적 측면으로는 화재 발생 시 패닉에 빠진 관계자와 지역주민들의 진입요구에 따라 사후 민원 및 문책을 피하기 위해 위험한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건물 내부로 진입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두번째로는 현장 대응 인력의 부족을 꼽았다.
도소방관의 1인당 담당인구는 2천4명으로 전국(1천208명)에서 가장 많고, 3교대 비율도 80.9%(전국 93.9%)로 낮은 것이 현실이며, 지역내 74개소 중 62개소는 1일 1명 나홀로 근무를 하는 등 부족한 인력으로 현장대응을 하다 보니 사고 위험성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이 본부장은 또 경기도 소방은 기구가 소방재난본부와 북부본부로 나눠져 있지만 책임 및 권한이 명확하지 않아 대형사고 발생 시 일사불란한 지휘통솔이 어려운 점도 현장 안전사고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순직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에 대해 이 본부장은 “전 직원에 대한 안전사고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동시에 소방서 팀장급 직원 161명을 안전센터 현장안전점검관으로 지정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화재진압 시 무리한 진입보다는 연소확대 방지에 주력하고 인명구조를 위해 건물진입이 필요할 경우에는 열화상·내시경 카메라, 가스탐지기 등 첨단장비를 활용해 안전을 확보한 후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진입하는 현장활동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13만7천585개소에 이르는 주요 소방대상물을 대상으로 내부 구조와 위험요소에 대해 사전 조사를 벌여 이에 대한 숙지 훈련을 실시하고, 대형화재 취약대상 등 871개 대상물의 소방시설 및 건물 주요정보를 태블릿 PC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2015년까지 84억원을 투입해 유형별 화재훈련장과 위험물훈련장, 특수재난훈련장을 설치해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 등 실전교육을 통해 대원들의 현장대응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글 _ 이명관 기자 mklee@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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