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성공스토리] 홍은수 남양농협 조합장

재임 6년만에 종합업적평가 전국 1위

소를 좋아하던 한 소년이 있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소를 끌고 풀을 베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소년이 초등학생이 된 뒤 어느 날 미술시간, 장래희망을 그림으로 그려보라는 말에 친구들은 저마다 대통령, 의사, 교사 등을 화려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소년은 소를 키우는 모습을 그렸고, 그림을 본 선생님은 “꿈이 그게 뭐냐”며 깔깔대고 웃으며 핀잔을 줬다. 그 소년은 5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200여 두의 소를 키우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처럼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그야말로 불철주야 동분서주하고 있다. 홍은수 화성 남양농협 조합장(65) 얘기다.

발로뛰는 조합장…5선 위업 두터운 신임 방증

화성 관내 조합장 중 첫 농협중앙회 이사 진출

지역농협 전국 최초로 현대자동차연구소에 지점 개설

올해는 홍 조합장이 취임한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국회의원 선거를 해도 같은 사람을 두 번은 안 뽑는다는 화성에서 5선 조합장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망이 얼마나 두터운지 짐작해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홍 조합장은 파산 직전의 조합을 재임 6년만에 종합업적평가 전국 1위로 올려놓은 뒤 2009년에는 상호금융예수금 3천억원 달성, 2010년에는 하나로마트 매출 200억원 달성 등의 기록을 세웠다. 

1993년 취임 당시 예금 160억원, 총자산 290억원이었던 조합은 현재 예금 3천200억원, 자산 3천900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홍 조합장은 “과도한 고정투자로 손실보전을 하느라 조합원들 배당은 커녕 직원들 월급도 못 준 적이 있었다”며 “우리 농협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저를 믿고 맡겨 주신 조합원들과 직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공을 돌렸다.

하지만 지금의 남양농협이 있기까지는 무엇보다도 홍 조합장의 정확한 판단력과 발 빠른 추진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지역 안팎의 평가다.

끈질긴 설득 끝에 지역농협으로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자동차 연구소 내에 지점을 개설한 것, 지역유지들과 힘을 합쳐 현재의 화성시청을 남양에 유치한 일 등은 그 스스로도 가장 보람있었던 일로 꼽는다.

농협 창구 임시직원부터 조합장까지 ‘성공신화 주인공’

남양농협의 변신 만큼이나 그의 이력도 드라마틱하다.

소를 키우다 1974년 창구직 임시직원으로 농협과 인연을 맺은 그는 18년간 직원으로 일하면서 퇴근 후에는 지역 농가의 소, 돼지나 배추, 포도 등 농산물 출하를 도맡아 했다.

돼지 한 마리를 싣는 데 한 시간이 걸리고 다 싣고 나면 손에 온갖 냄새가 배었지만 농민들이 애써 기른 농축산물이 제값을 받도록 하겠다는 마음으로 힘든 줄도 몰랐다. 서울 가락공판장에서는 돼지 경매사들과 술잔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은 덕에 값을 더 잘 받을 수 있었다.

당연히 농민들 사이에서 홍 조합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지도부장 재직 당시 “조합장에 한번 나가보지 않겠냐”는 제안도 들어왔다.

그렇게 창구에서 일하던 임시직원에서 조합장이 된 그는 직원시절부터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히며 조합원의 만족도를 높여왔던 것처럼 매년 20여억원의 교육지원사업비를 편성해 조합원 복지와 지역사회공헌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양농협은 매년 원로 조합원 150여 명을 선정해 국내 및 해외에 선진지 견학을 실시하고 있고 각 영농회 경로당에  연료비를 보조하고 있다. 또한 조합원들의 자녀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매년 8천만원의 예산을 수립해 지원하고 있다.

홍 조합장은 이밖에도 “조합원들의 영농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농약, 비료 및 각종 영농자재를 보조해 드리는 등 여건히 허락하는 한 최대한 조합원 복지사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문화 가족을 위한 친정나들이사업, 독거노인 및 생활보호대상자를 위한 취약농가 인력지원사업, 원로대학운영,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등 소외된 계층의 복지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립 51주년…새로운 미래 설계하는 ‘원년의 해’

홍 조합장은 지난 2008년 화성지역 농협 조합장 가운데 처음으로 농협중앙회 이사로 진출했다.

중앙회 이사로 활동하면서부터는 지역농협과 중앙회의 상생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홍 조합장은 “현재 전국의 지역농협들이 그 지역의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특산물을 가지고 가공공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각 지역농협마다 전국을 상대로 가공제품을 팔기 위해 무한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게 돼 경영에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국 각지에 산재돼 있는 지역농협의 가공공장을 종류별·지역별 등으로 연합해 중앙회에서 운영, 유통을 담당하고 지역농협에서는 생산에만 전념한다면 만년적자에 시달리는 지역농협 가공공장들의 경영도 개선되고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유통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홍 조합장에게 2013년도는 남양농협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원년이라 할 수 있다. 올해가 남양농협 창립 51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남양농협은 지난해 농협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앞으로 다가올 50년의 미래를 계획하는 의미에서 ‘창립 50년사’를 편찬하기도 했다.

홍 조합장은 “지난해는 국내외적으로 불황이 지속되고 금융환경도 좋지 않은 데다 극심한 가뭄, 태풍 등 유난히 어려웠던 한해였다”며 “그런 여건 속에서도 조합원들과 임직원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건전결산을 하고 50년사 편찬까지 해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계사년 첫날 시무식에서 살기 위해 허물을 벗는 뱀처럼 우리 임직원들도 변해야 산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홍 조합장은 올해 조합원 실익사업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동안의 금융위주의 사업에서 탈피, 조합원들에게 실익을 줄 수 있는 경제사업의 활성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홍 조합장은 “주유소 신설 및 백화점식 영농자재판매장을 신규로 설치해 고유가 시대에 조합원들에게 안정적인 유류와 고품질 영농자재를 공급할 예정”이라며 “조합원들에게 실익을 제공하고 향후 우리농협 발전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경제사업활성화의 원년으로 정하고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근래 들어 금융환경과 경기침체, 주변환경 등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다시 한번 조합원들의 농협사랑이 필요하다”면서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전 조합원이 농협을 믿고 이용해주신다면 아무리 큰 역경이 와도 무난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조합원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글 _ 구예리 기자 yell@kyeonggi.com 사진 _ 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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