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출범을 앞둔 연초, 참으로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6일 야구선수이자 유명 연예인 故 최진실의 전 남편, 조성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2008년 최진실이 자살한 후 5년만이다.
최진실의 동생 진영이 누나를 따라 자살한데 이어 조성민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혹자는 “지금은 아니겠지만, 먼 훗날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올 것”이라며 이들의 죽음에 나름의 의구심을 부여하기도 한다.
세 사람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 톱클라스였고, 죽어야 할 절박감이 과연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자살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다.
사회에서 또다시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성민의 자살이후 부산에서는 하룻만에 무려 7명이 생을 달리했고, 경기도에서도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용인, 화성 등 시군에서 자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33.5명으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8년째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보다 세 배정도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자살은 왜 하는 걸까하는 물음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 조성민이니, 최진실이니 하는 탑클라스에 속한 사람들은 막연하게나마 최정상에서 내리막을 타면서 느끼는 상실감, 자괴감, 주변인과의 갈등 등을 대략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자살에 대한 생각과 실정은 전혀 다르다.
최근 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10대 이상 남녀 700명 중 31.7%가 경쟁중심사회때문이라고 답했고 양극화 심화를 두번째로 꼽았다.
자살충동을 느껴 본 응답자들 중에서도 경제적 문제가 35.5%로 가장 많았다.
국민이, 특히 청장년층이 자살을 생각하고, 또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가장 큰 원인은 포괄적으로 대부분 ‘경제’문제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즉 세상의 삶을 알지 못하는 어린 청소년층보다는 세상을 살아 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의 중심축들이 삶에 지치고 싫증을 느끼며 극단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아는 만큼 고통도 큰 것일 게다.
열심히 일했지만, 그 일자리로는 자신의 입신영달은 물론이고 소중한 가족조차 지켜내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으로 내몰리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하며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면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치유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 한장유열전에는 사회부연(死灰復燃)이라는 말이 있다.
‘사그라진 재에 다시 불이 붙었다’라는 뜻이지만, 고난을 극복하고 권세를 다시 찾거나 어려움에 처했던 사람이 다시 훌륭하게 되는 경우를 일컬은 말이다.
현대는 경쟁사회로 누구나 실패하고 낙오될 수 있다.
다만 실패와 낙오자에서 그쳐 좌절속에 생을 마감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희망과 기대, 정열을 갖고 재도전해 변화된 삶을 구현하느냐의 차이일 뿐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새정부를 위한 인수위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 첫 화두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내걸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국민들이 온전한 일자리에서 나름의 성과에 따라 평가를 받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다면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인 ‘경제고난’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살은 그래서 국민 개개인의 정신무장도 필요하지만,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사회, 국민에게 기대를 부여하는 정부 등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문제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만 2013년, 세계 자살율 1위의 불명예를 벗어 던질 수 있다.
정일형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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