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시대는 여성의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말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동일 크기 원단에 많은 물량을 만들어 내고, 장식은 되도록 줄여 시간당 완성하는 물량을 최대화해 소재비와 인건비를 줄이는 경영 전략을 쓰게 된다. 따라서 디자인도 시대 상황에 맞춰 제안된다. 건축도 마찬가지로 저렴하게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지 매입 경비를 최소화하고, 같은 면적에 많은 사람을 거주하게 하고, 공사기간을 단축하여 인건비를 절약하는 것이 기본이다.
건축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반값기숙사 신축은 공공용지를 활용하여 부지매입에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시공비만 정부가 더 충당하게 된다. 대상 부지로는 현재 유수지 상부나 철로 상부가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주거환경의 조건으로 적합하지 않은 부지를 정주 가능 환경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토목경비가 발생한다. 우선 토목공사 비용도 최소화하여 환경정비를 해야겠지만, 건축공사비 자체도 절감하는 건축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에 건축에서 정답처럼 사용하는 방법이 모듈러 공법과 공업화 생산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경제의 급성장으로 공동주택 등 단위공간이 반복되는 건축이 건설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건설비 절감의 경제성보다는 화려하고 고급화된 디자인에 몰입해 왔다.
기숙사는 일정한 모듈을 가지는 대표적 건물유형으로 시스템을 활용하여 건축비를 절약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고급화의 추세에 밀려 그동안 소외시 되어 왔던 조립식(Pre Fabrication) 단위공간에 단열, 소음, 설비, 진동 등을 완벽하게 해결한 최첨단 거주시스템으로 개발하여 세계 최단기 시공으로 최고의 거주성을 확보하는 공간 생산기술을 이번 기회에 실현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나라 반값 기숙사에도 적용하고, 저렴한 경비로 주거 복지 문제도 함께 제시할 수 있다.
건축은 사회문화적인 현상을 바탕으로 시대성, 경제성, 그리고 동시대의 기술력이 적용되어 표현된다. 전 세계가 장기 불황을 대비하는 시점에는 최저의 건축비로 최대의 쾌적성을 부여할 수 있는 건축이 요구된다. 실지 유럽의 복지국가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주거공급을 위한 시공방법으로 모듈러 공법과 설계를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현실에 적용해 오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이미 50년간 공업화 주택으로 캡슐주를 연구해 왔고, 우리보다 복지국가의 길을 먼저 밟은 북유럽국가들은 저소득계층의 저렴한 주거를 공급하기 위해 조립식 단위공간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현하고 있다. 저렴한 기숙사 공급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거주용 용지가 부족한 네덜란드의 델프트공대 주차장 부지에 마련된 캡슐형 기숙사가 있다. 우리도 이제는 그동안 소외해 왔던 조립식단위공간을 적용한 건축기술 등 복지를 위한 건축비 절감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김 혜 정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한국여성건설인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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