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난 이듬해인 1989년 4월2일.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는 좌우 95m, 중앙 120m 규모의 야구장이 개장했다.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규모와 시설을 갖춘 야구장이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 소리는 그 규모와 시설의 위용만큼 우렁차지 못했다. 만원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관중수는 평균치를 밑돌았다.
1만5천석 규모의 수원 야구장은 개장 이후 인천ㆍ경기를 연고지로 하는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가 제2홈구장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제2홈구장은 역시 한계가 있었다. 다른 프로야구 연고지의 제2홈구장이 그러하듯 프로야구 경기는 몇경기 치러지지 않았고, 수원야구장으로 향하는 팬들의 발길도 자연스레 뜸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수원야구장은 지난 2008년부터 인천을 연고로 하는 SK와이번스의 제2홈구장이 됐지만, 이후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적은 단 한차례도 없다. 1989년 최신식 시설과 양질의 천연 잔디를 갖추고 화려하게 문을 열었던 수원야구장이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고교 야구 등 일부 경기만이 열리는 그만그만한 야구장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 1천200만 경기도민들로부터 외면받아왔던 수원야구장이 2013년 1월4일 오후 2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다. 무려 24년만에 2만5천석 규모의 최신식 시설을 갖춘 야구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첫삽을 뜨는 것이다. 이날 행사장에는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를 염원하는 경기도민들과 10구단 유치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프로야구 10구단 수원유치 시민연대 관계자 등이 대거 참여한다.
이날 기공식은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를 위해 흘린 땀방울이 수원 KT 야구단 창단의 결실로 맺어질 그날을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야말로 경기도, 수원시, 110만 수원시민과 1천200만 경기도민의 염원이 담긴 첫삽을 뜨는 날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국내 대표적 통신기업인 KT가 홈구장을 운영하게 되면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야구장에서 실현될 전망이다. 이석채 KT회장은 지난 2일 ‘빅테크테인먼트’ 비전을 발표했다.
야구와 정보통신을 융합한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국민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즐거움을 전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빅테크테인먼트 비전에 따라 수원야구장은 최신식 시설에 최첨단 통신 기술까지 갖춘 명실상부한 ‘전국 최고의 야구장’으로 거듭나게 될 전망이다.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 서울, 인천, 충청도, 전라도로 원정을 떠나는 불편을 겪었던 경기도민들이 전국 최고의 야구장에서 홈팀을 응원할 수 있게 될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수원야구장 리모델링 기공식이 열리는 2013년 1월4일은 수원시민과 경기도민들에게 역사적인 날이 될 수 있다.
# 프로야구 10구단 선정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프로야구 10구단 관련한 토론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수원과 전북 양측 프로야구 10구단 선정에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연상시킬 만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도,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통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심사평가단은 경기도 수원과 전북 측이 우려하는 목소리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공명정대한 평가만을 기다리고 있는 경기도민과 전북도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프로야구 1천만 관중시대를 이끌고, 야구를 사랑하는 국민을 상대로 내건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도시가 어디인지, 또 어떤 기업이 그것을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인지 공정하고 냉철하게 판단해야한다.
이와 함께 전북 측과 수원 측 또한 네거티브가 아닌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10구단 유치 경쟁을 펼치기를 바란다. 네거티브 없는 선의의 경쟁만이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결정 후 서로가 승복할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정 근 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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