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현장] 인천개항 그리고 120년의 흔적 고스란히…

수많은 영화 속 낯익은 배경 어! 여기 ‘중구청’ 근처네~

인천 중구청 일대에는 대한제국 시대인 1908년 철도 건설을 담당했던 일본 공병대가 만든 홍예문을 비롯해 일본제58은행 인천지점, 제물포구락부, 차이나타운 꼭대기에 자리 잡은 자유공원, 그리고 곳곳에 일본풍 건물들까지 근대 역사가 곳곳에 숨어 있다.

그러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 CF에 종종 등장한다. 인천영상위원회가 로케이션 촬영 지원을 해준 곳만도 지난 5년 사이 15곳이나 된다. 아트플랫폼까지 포함하면 총 27곳에 달한다.

물론 영상위원회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촬영하고 간 곳까지 하면 더 많은 영화 등에 촬영지가 됐다. 최근엔 내년 개봉예정인 조진규 감독의 영화 ‘박수건달’이 인천기상대 주변에서 촬영됐다.

주인공 박신양이 건달과 무당을 넘나드는 아찔한 이중생활을 하면서 건달의 모습으로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장면으로 숱하게 등장한다.

근대 인천의 금융가

영화나 드라마의 시기가 조선말 또는 일제강점기라면 일단 이곳을 촬영지로 의심해도 무방하다.

지난 2009년 개봉한 황정민·류덕환·엄지원 주연의 ‘그림자살인’. 이 영화에서 일본제58은행인천지점은 내부 가구 등이 일제강점기 물품들로 가득한 탓에 부검실과 경찰서 등 각종 사무실로 변신했다.

잇따른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모습과 창문이나 출입문 등 당시 지어진 건물의 모습이 함께 비치며 일제강점기 줄거리임이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각인된다.

드라마 ‘나의 영웅이야기’나 ‘유혹의 기술’ 등에서는 일제강점기가 끝난 시기, 한국 근로자들의 모습을 담으려고 일본58은행이나 자유공원 등이 촬영지로 선택됐다.

밑바닥 인생들의 아지트

중구청 주변은 인천을 대표하는 구도심 지역답게 좁은 골목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주택가가 많다.

특히 주변의 근대 건축물과 함께 어우러져 6·25전쟁 후부터 1970년대 전까지 많은 근로자의 힘든 삶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창수’. 삼류 양아치 창수(임창정)의 삶과 욕망, 좌절, 꿈 등을 그린, 감동의 휴먼 드라마다. 실제 이곳을 중심으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짜여진 탓에 모두 차이나타운 등 주변에서 촬영됐다.

이 영화에서 임창정은 붉은 등이 거리를 비추는 차이나타운에서 배회하는 건달을 연기하고, 차이나타운 주변과 인근 구도심 골목길은 막장 인생을 사는 창수의 모습을 비추는데 배경 역할을 한다.

홍등만 켜진 채 불 꺼진 차이나타운의 한 건물 옥상에서 남녀주인공의 대화하는 장면은 항상 밝고 활기차며 관광객들로 붐비는 평소 차이나타운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허종호 감독, 정재영ㆍ전도연 주연의 영화 ‘카운트다운’도 중구청 구도심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터널형 돌문 ‘홍예문’

홍예문(虹霓門·무지개문)은 인천 구도심의 남산 격인 응봉산 마루턱을 깎아서 길을 내고 그 정점에 세운 무지개 모양의 동그란 돌문이다.

주택가 주변으로 푸른 덩굴이 둘러싼 홍예문 자체만으로도 절로 아름답다는 탄식이 나오지만 홍예문 앞에서 바라보는 인천항은 그 풍경이 걸작이다.

KBS드라마 ‘위대한 계춘빈’에서는 주인공이 홍예문 주변 주택가에서 산다. 이러다 보니 여름철 덩굴과 함께한 홍예문이 종종 등장한다. 또 주변 골목길은 아기자기한 옛 추억을 되살려준다. 말 그대로 옛날 동네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인 셈이다.

‘유혹의 기술’에서는 아예 남쪽 밑 작은 간판이 가득한 길을 가로질러 올라 홍예문까지 이어지는 골목길이 눈에 띈다. 작은 주점과 선술집, 곳곳에 서 있는 전봇대와 그 전봇대를 이은 전깃줄까지. 서민들에게 추억과 애환이 가득 찬 골목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최초의 서구식 자유공원

한국 최초의 서구식 자유공원도 시각적으로 익숙한 곳이다. 문승욱 감독의 영화 ‘City Of Crane’과 김현수 감독의 ‘나의 영웅이야기’, 김삼력 감독의 ‘러브콜’, 이원석 감독의 ‘남자사용설명서’ 등을 비롯해 드라마 ‘유혹의 기술’, ‘씨티홀’ 등에서도 남녀 주인공의 데이트 장면이나 주인공이 고뇌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특히 자유공원을 둘러싼 주택가 골목은 지나갈 때면 “어! 여기 예전에 ○○네 집 앞인데? 아닌가?”라는 말이 나올 만큼 눈에 띄는 장소가 여럿 있다.

여주인공 집 앞 가로등에 남자주인공이 서 있는 모습은 열거되지 못할 정도로 영화·드라마에 단골손님이다.

글 _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