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수동농협
남양주시의 한 지역농협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있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남양주시의 한적한 농촌마을인 수동면은 가평군과 연접한 한적한 시골마을로, 면적의 80% 이상이 산림이어서 개발이 더딘 곳 중 하나다.
수동농협은 농촌의 특성상 결혼이민여성이 많고, 지역주민들의 문화 인프라도 부족한 이 곳에서 수십 가지의 사업을 진행하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경제사업부터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등 다수의 기관에서 위탁받은 교육사업까지, 지역주민들의 동반자로 자리 잡은 수동농협에 대해 알아봤다.
어르신을 친부모처럼 모시는 ‘경로농협’
수동면은 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설 정도로 노령화가 진행된 곳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수동농협의 원로 조합원이다. 인구 7천500여 명 중 1천명 이상이 수동농협 조합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인원이 농협 가족인 셈이다.
과거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이들이 일군 논과 밭이 수동농협의 모태가 됐기에 수동농협 직원들에게 경로(敬老)라는 단어는 더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수동농협은 매달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개최하고, 매년 효도 여행, 자원봉사활동 지원 등을 통해 어르신들의 사회적 활동영역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산채류·고로쇠 수액 생산 통해 농가소득 ‘쑥쑥’
농협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농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한 지원이다. 수동면은 면적의 70% 이상이 산림인 산촌 지형이어서 일반적인 농업활동이 어렵다. 이에 수동농협은 친환경 산채류 생산과 고로쇠 수액 등 지역 여건에 맞는 농가 소득 증대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선택형 맞춤농정사업의 하나로 2년째 추진 중인 산채류 생산단지 조성사업은 취나물과 부추, 산달래 등 친환경적인 산채류 생산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채소 생산 방식을 유기농으로 전환해 농가 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동농협은 도시민을 대상으로 한 수확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농가의 판로를 확대하는 한편, 지역 농산물의 이미지 제고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결혼이민자여성들의 한국생활 적응 ‘도우미’
다문화가정이 농촌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결혼이민자의 국내 적응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국내 몇몇 기관을 사회통합프로그램 위탁 운영기관으로 지정해 이민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이민자가 한국어와 문화·제도 등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경우 국적 취득이나 체류 허가 등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수동농협도 법무부의 사회통합프로그램 위탁 기관 중 한 곳이다.
특히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자에게는 귀화시험이 면제돼 시험에 부담을 느끼는 결혼이민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10년 법무부의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 시범운영기관으로 지정된 수동농협은 내실 있는 프로그램 운영으로 지난해 38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도 한국어 교육과 한국사회의 이해 교육을 통해 결혼이민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수동농협을 이끌고 있는 유병성 수동농협 조합장(61)은 농협의 사회적 역할에 새로운 전기를 쓴 인물 중 하나다. 유 조합장 취임 후 지역 밀착형 농협으로 거듭난 수동농협은 주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기관인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유 조합장을 만나 수동면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수동농협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역사회에서 농협에 대한 평가가 좋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역민 중 상당수가 60대 이상 어르신이다. 젊은 사람들은 차를 이용해 외부로 많이 다닐 수 있지만 어르신들은 여행 한 번 가는 것도 여의치 않은 분이 많다. 얼마 전, 효도여행에 참여하신 분도 평생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지역을 이끌어 오신 어르신들에게 조그만 추억이라도 선물하고 싶어 여행과 견학, 공연 관람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결혼이민여성 교육 등 다문화가정 지원 활동이 활발하다.
결혼이민여성이 한국에 처음 들어와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이 언어 문제다. 특히 복수국적 허용으로 귀화 신청이 늘면서 교육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 대처에 나서게 됐다.
다문화가정은 한국어를 잘 모르는 며느리가 외출할 경우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은 데 농협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은 굉장히 호의적이다. 결혼이민여성들도 교육뿐만 아니라 언어적 문제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이곳에서 상담하고 해결하는 등 상담기관으로 이용하고 있다.
조합장으로서 수익도 중요할 텐데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이 부담되지는 않나.
이제는 농협이라고 해서 수익만 쫓을 때는 아닌 것 같다. 그동안 농협은 수익이 나면 조합원에게 혜택을 돌려줘 왔다. 주민들이 농협을 사랑해주는 만큼 수익도 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지역에 환원하는 것이다. 수동은 특히 기반시설이 부족해 농협의 활동에 대해 주민들이 체감하는 수준이 큰 것 같다.
자역농협으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우리 농협의 규모가 작아서 빨리 발전을 시키고 싶은데, 여건상 한계가 있는 점이 안타깝다. 기반시설이 마련되고, 도로망이 정비되면 수동도 급속히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 때가 되면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역민에게까지 환원사업을 확대하고 싶다. 언제까지나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수동농협이 될 것을 약속한다.
글 _ 남양주ㆍ이호진 기자 hj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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