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좋다] 역사·풍년 들판·개펄의 유혹 가을날 강화도 여행

삼월에 덕진은 수양버들 늘어졌고,

흰머리 난 늙은 어부는 술잔을 권하네.

덕진 진관은 어떤 연유로 그리 많이 변했는가,

강 가득한 물빛은 예전과 똑같은데…

화남 고재형(1846~1916)

역사의 근대화시기에 강화도에 이런 시를 노래한 시인이 있었다.

그가 읊조린 시가 역사를 음미하던, 자연을 노래하던 강화는 거기 그렇게 있다.

석모도에 가자는 여인이 있었다.

석모도.

늦은 오후, 좀 있으면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떨어질 텐데

걱정을 하고 외포리 포구에서 배를 탄다.

바로 코앞에 있는 섬이지만, 요즘 그 흔한 연륙교도 없이 배에 승용차까지 태우고 건넌다.

서해안의 낙조란 늘 그렇듯이 사람들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석모도 해안가에 빈 벤치와 썰렁한 가로등이 저녁노을에 반사한다. 가을날 오후 사람 마음이란 늘 쉽게 요동한다.

오전에 출발한 강화도는 요즘 시원스럽게 달릴 수 있다. 초지대교를 건너면 의례 볼 수 있는 것이 초지진이다.

그래 여기서 우리 근대사가 엮어졌지, 프랑스함대가 정족산성에 불지르고 가져간 실록이 근 100년 만에 겨우 돌아오고.

어찌 초지진뿐이랴, 섬을 빙둘러 곳곳에 자리하는 돈대를 보며 이곳이 국토의 관문이었고 역사의 현관이었음을 모를까?

그러니 강화도에 들어오면 세 가지 경관이 있음을 깨닫는다.

하나는 역사경관이요, 또 하나는 가을 들녘 가득한 노란 벼 이삭들이다.

나머지 하나는 아무래도 빙 둘러 펼쳐진 개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람들은 해안 포구 여기저기에 많이들 모여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요즘 많아진 각종의 별미 음식점을 찾아가지만 역시 강화도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 세 가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곧 김장철에 필수품인 바로 새우젓냄새요. 또 하나는 투명하고 붉은색 순무의 사각사각한 냄새이다. 여기에 비릿한 갯내음이 천지에 깔려 있으니 이 세 가지를 강화냄새라 아니할 수 있을까?

강화도령에서나 삼별초, 그리고 강화도조약이라는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보아왔던 강화가 풍요한 가을 들녘과 석양에 빛나는 개펄 속에서 빛난다.

이 가을 달려가보자.

 

글 _ 김란기 (한국역사문화정책연구원)·이정환 (미아리 사진방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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