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초대석] 라수흥 수원 장안구청장

“장안구 트위스트를 아시나요” 노래하는 구청장

110만 인구의 수원시를 흥나게 하고, 30만 장안구를 흥겹게 하는 남자가 있다. 라수흥(羅秀興) 수원시 장안구청장은 이름 속에 ‘흥(興)’이 담겨 있다.

종종 ‘라수홍’인지, ‘라홍수’인지 이름을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왜냐? 라 구청장을 만나면 모두들 그의 흥에 취하기 때문이다.

 

라 구청장은 각종 지역 행사에서 인사말 대신 노래를 한다. 18번인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를 부르며 구민들의 흥을 돋운다. 반응은 역시 뜨겁다. 노래 하나만큼은 자신있다는 라 구청장은 개사까지 해서 부른다.

학창 시절에 함께 놀았던 / 잊지 못할 장안구의 트위스트 / 나팔바지에 빵집을 누비던 / 추억 속에 장안구의 트위스트 / 샹하이 샹하이 샹하이 트위스트 추면서 / 난생 처음 장안구를 알았고 / 샹하이 샹하이 샹하이 트위스트 추면서 / 온 동네를 주름 잡았던 /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 음~ / 잊지 못할 장안구의 트위스트

주민들은 어르신들을 위해 멋드러지게 트로트 한곡 꺾어 부를 줄 아는 여유를 가진 라 구청장을 좋아한다.

올해 1월 취임한 이래 장안구는 ‘흥겨운 도시’, ‘건강한 도시’, ‘깨끗한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10월 10일 오후 라 구청장을 만났다.

‘미소거울’과 책·사탕을 선물하는 남자

얼굴을 대면하자마자 부르튼 입술부터 눈에 띈다. “요 며칠 새 피곤했는지 입병이 났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말하는 데는 문제없습니다. 원래는 더 잘생겼으니 감안해주세요.(하하)”

청장의 유머스런 멘트로 시작된 인터뷰는 유쾌, 그 자체였다. 구청장이라고 점잔을 빼거나, 치적홍보에 열을 올리거나, 공무원 특유의 딱딱함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렇게 잘 웃는 공직자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책상 위에 놓인 자신만의 ‘미소거울’을 보여줬다.

“전 직원들에게 본인 이름이 적힌 웃음거울(smile mirror)을 제작해 전화기 옆에 비치토록 했습니다. 직원 또는 민원인과 통화 시 미소거울을 보면서 친절하게 응대하자는 취지에서 말입니다. 찡그린 얼굴이나 무표정이 장안구의 전체 이미지가 되어선 안 되겠다 싶어서 저도 틈날 때마다 ‘치즈~’도 하고 하하 웃기도 합니다.”

라 구청장은 원래 목회자가 되려고 했단다. 당시 언론사에 재직 중이었던 매형의 권유로 공무원 시험에 응시, 합격하면서 지난 1979년 공직에 입문했다. 지역경제과장, 문화관광과장을 거쳐 복지여성국장, 경제정책국장을 지내면서 2007년 공무원이 선장한 ‘아름다운 CEO상’, 2009년 공무원노조가 주최한 ‘베스트5’에 선정되는 등 뛰어난 업무 추진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라 구청장의 직원들 간 ‘소통스타일’은 때론 친정아버지 같고, 때론 영화 ‘여인의 향기’의 리처드기어처럼 로맨틱하다. 임산부 여직원에겐 육아책을 선물하고 화이트데이(3월14일)엔 청사 1층 로비에서 출근하는 여직원들에게 사탕을 선물했다. 매월 초 직원들 생일 축하파티를 직접 마련하고 직원 칭찬하기 게시판을 운영하는 등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같은 공직자로서 웃으며 출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뿐입니다. 같이 근무했던 부하 직원들에게 생일축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이렇듯 라 구청장은 조직운영에 있어 일방적이거나, 강압적이지 않다. 대신 미소와 칭찬으로 직원들을, 그리고 조직을 흥나게 만든다.

돌고 돌고, 동네 한 바퀴…로드체킹의 달인

라 구청장은 매일 아침 출근길 외도(?)를 한다. 헬스장 가서 운동을 하는 것도, 새벽 종교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운동이 목적이 아니다.

동네 구석구석 불편사항이나 민원을 직접 체크하기 위해 동네를 돌고 또 도는 것. 이도 부족한지 매월 첫째·셋째 수요일을 ‘현미경 생활민원 발굴의 날’과 ‘현장행정 바로처리 메모보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도로, 교통, 환경, 건설 등 분야에서 주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현장행정을 강화한 결과 8개 분야 30여 가지 주민불편사항 2천336건을 발굴해 2천96건이나 처리했다.

“장안구는 수원의 관문입니다. 30만 장안구민이 만족할 수 있는 클린환경 조성을 위해 모든 공직자가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있습니다. 전 직원들에게 주문합니다. 출퇴근 시, 출장 시 주민 불편사항을 허투루 보지 말라고.”

구청장실에 머무르는 시간보다 주로 동사무소와 현장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라 구청장은 회의도 구청장실이 아닌 각 실과나 현장에서 진행한다. 내부 고객인 직원들과의 소통만큼이나 구민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장안구는 지역 특색이 담긴 주민 참여형 축제나 마을만들기 사업이 유명하다. ‘새숱막거리 축제’, ‘영화마을 나팔꽃축제’, ‘율천동 밤밭축제’, ‘정자마을 달빛축제’, ‘송죽동 행복한 마을축제’, ‘조원1동 대추골 한마당 축제’, ‘연무동 퉁소바위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관 주도의 형식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기획하고 참여하고 즐기는 각종 마을 축제에서 라 구청장은 역시 노래 한곡을 빼놓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노래 하나는 잘합니다. 행사장에선 지루하고 틀에 박힌 인사말보다 노래 부르는 구청장을 좋아합니다.(하하) 어르신들 사이에선 ‘장안구의 설운도’로 통합니다. 흥을 돋우는데 노래만한 게 없잖아요.”

그래서인지 음악을 활용한 주민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평소 공연관람 기회가 적은 문화소외계층과 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행복나눔 음악회’를 지난 5월부터 진행 중이며, 매월 둘째·넷째주 수요일 구청 로비에서 수원시립예술단 등을 초청해 ‘런치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수원시립합창단, 정자3동 기타동아리, 수원유스필하모니오케스트라, 수원 하나호우 우쿨렐레 앙상블 등 다양한 출연진들이 공직자와 주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긍정남’

가을철이라 지역 행사가 많아 몸이 두개라도 모자란 요즘, 라 구청장의 마음을 빼앗은 여인(?)이 있다. 아들만 둘을 키운 그는 7개월 된 손녀 사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지방에 있어 자주 만날 수 없어 서운하지만 휴대폰 영상통화로 하루하루 커 가는 손녀를 볼 때마다 신기할 따름이라고 한다. 손녀 이야기에 더 신난 라 구청장은 영락없는 할아버지다.

그러면서 “우리 장안구만큼 살기 좋은 동네도 없습니다. 녹지와 주거, 상업공간 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친환경 녹색도시입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입니다”라고 장안구 자랑을 이어갔다.

“장안구는 수원의 허파이며 주말이면 5만 여명의 등산객이 즐겨 찾는 광교산과 정조가 현륭원 참배를 마치고 환궁하는 길에 화산을 바라보며 떠나기를 아쉬워했다는 ‘지지대고개’를 비롯해 세계화장실 문화를 선도하고 꽃피운 발상지인 ‘해우재’, 예로부터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만석거’ 등이 장안구의 자랑입니다. 이러한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을 보존해야한다는 구청장으로서 사명감을 강하게 느낍니다.”

라 구청장은 ‘활기찬 도시’ 장안구를 만들기 위해 ‘긍정남’으로 살고자 노력한다. 긍정적인 사고와 부정적인 사고의 차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이 평소 라 구청장의 신념. 그래서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실천코자 한다. 긍정적인 구청장이 되기 위해 미소를 짓고, 노래를 부르는 남자, 바로 라수흥이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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