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현장] “앗! 여기, 왠지 낯익다!” 인천아트플랫폼

분명 처음 오는 곳인데도 언제 와본 듯하고, 많이 본 듯한 곳이 있다. 짜장면의 발상지인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맛있는 짜장면을 먹고 근처를 둘러보면, 어젯밤 꿈속에선가 본 듯한 낯익은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바로 KBS TV 드라마 ‘드림하이’의 촬영지다. 택연, 아이유, 배수지 등 아이돌 스타들이 슈퍼스타가 되는 꿈을 키우며 춤추고 노래하던 극 중 기린예고 건물이 바로 이곳, 인천 중구 해안동 인천아트플랫폼이다. 드림하이 뿐만이 아니다.

월드스타 비가 이곳에서 디지털카메라 CF를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영화 ‘두여자’와 ‘해결사’ 등 최근 들어 TV드라마, 영화 촬영이 늘면서 인천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TV·드라마·영화·CF촬영지로 유명세

근대 건축물을 활용한 신개념 ‘문화인큐베이터’

인천 중구 해안동 일대는 지난 1883년 개항 이후 건립된 건축문화재와 1930~4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다. 특히 당시의 근대건축기술과 역사적 기록을 지니고 있어 건축조형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008년부터 이곳에 도심 재생프로젝트를 진행, 2009년 9월에 마쳤다. 1888년에 지어진 옛 일본우선주식회사(등록문화재 제248호)는 미술자료관으로 바뀌었고, 1902년 건립된 삼우인쇄건물은 입주작가와 주민이 함께하는 미술교육의 산실로 거듭났다.

1943년 점포형 건물인 금마차다방과 장수영양탕 자리에는 아트숍과 커피숍이 들어섰다. 1933년 지어진 해안동 창고는 스튜디오, 대한통운 창고는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100여 년 전과 근대시절 세워진 건축물들이 창작스튜디오, 공방, 자료관, 교육관, 전시장, 공연장 등을 갖춘 인천아트플랫폼으로 재탄생됐다.

총 부지만 8천450㎡에 2개 단지, 13개 건물이 각각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인 종합 미술 창작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이러한 도시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최대한 살려 문화적으로 재활용하자는 시민들의 뜻과 인천시의 의지가 합쳐져 탄생한 장소. 이곳을 중심으로 개항장 일대는 거대한 스트리트 뮤지엄으로 확장된다. 이는 과거의 역사를 보존하되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이다.

택연·아이유·배용준·설경구…인천에 다 있네

지난해 인천아트플랫폼은 드라마 ‘드림하이’ 촬영지로 내내 북적였다.

유명 아이돌 스타뿐만 아니라 정상급 스타들의 조연과 까메오 출연, 여기에 100여명이 넘는 제작진, 스타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까지. 드림하이엔 김수현과 배수지, 옥택연, 함은정, 아이유(이지은), 장우영 등이 공동주연을 맡았고 한류스타 배용준과 엄기준, 박진영, 이윤지, 이윤미, 안선영 등이 조연을 맡는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했다.

특히 까메오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 맴버들이 상당수 출연, 10대 팬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촬영장도 매일 스타들을 보러 온 팬들로 북적였다.

드림하이 뿐만 아니라 CF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월드스타 비는 이 곳 구석구석을 돌며 디지털카메라 CF를 찍었고, 이후 인천아트플랫폼은 멋진 사진을 원하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됐다.

영화에서도 인천아트플랫폼은 종종 등장한다.

신은경·정준호·심이영 주연의 ‘두여자’에서 일과 사랑 모든 것이 완벽한 산부인과 의사 소영(신은경)이 남편 지적(정준호)가 만나던 수지(심이영)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등의 장면의 배경이 됐다.

설경구·이정진·오달수 등이 출연한 액션영화 ‘해결사’에서 주인공들의 도주 및 추격신이 이곳에서 촬영되면서 인천아트플랫폼은 많은 사람들의 눈에 익었다.

세계를 향한 문화예술의 발신지

인천아트플랫폼을 들어가면 맨 먼저 보이는 유리벽 건물의 A동 크리스탈 큐브는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건물이다. 한 때 이 곳엔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인 윤석남의 나뭇조각 유기견 1025마리가 바닥을 채웠다.

크리스탈 큐브 천장은 유기견에 대한 생각을 적은 하얀 천들이 매달려 있는 등 구제역으로 매몰된 가축들의 죽음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이처럼 A동엔 라운지와 전시실, 각종 문화강의가 열리는 교실 등이 있다.

B동은 정기적으로 다양한 전시회가 열린다. 디지털비디오영상물을 비롯해 어디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만화나 그리스·로마신화 관련 문화작품들이 선보이는 곳이다.

C동은 공연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D동에는 인천은 물론 전국적인 각종 문화 관련 자료가 축적된 자료실이 있다.

E1~E3동은 공동 작업실이다.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한 작가들과 인천작가들의 다양한 작업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고, 때로는 미술소품을 파는 플랫폼 창고세일도 열린다.

F동은 게스트하우스, G동은 아트&디자인 스튜디오, 커뮤니티 공간인 H동엔 입주작가 지원실과 프로젝트 룸, 아트숍, 카페 등이 관광객을 맞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운영을 맡고 있는 인천문화재단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시각예술을 비롯해, 공연과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구자들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국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국내에 정착하지 못한 현실에서 동아시아 문화허브도시인 인천의 지역특성을 끌어들인 국제문화교류에 주력하고 있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인천아트플랫폼은 시간의 창고들을 창의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예술창작의 현장”이라며 “이곳은 레지던스 프로그램 외에 국내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는 장터가 되고, 국내외 예술가들이 소통하는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발신지로서 거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 _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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