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원삼면 두창리에 소재한 두창초등학교는 주위가 온통 논 밭인 전형적인 시골 학교다. ‘원삼초등학교 두창분교’로 불려오다 지난 9월 1일 두창초등학교로 승격됐다. 15년만에 다시 본교가 된 두창초교는 25일 개교식도 가졌다. 폐교 위기까지 갔던 학교가 오히려 승격돼 살아난 것을 두고, 주변에선 ‘시골학교의 반란’이라고 떠들썩하다.
시골 학교가 분교에서 본교가 된 것은 경기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원래 이 학교는 1971년 두창초등학교로 개교했다. 하지만 두창리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여느 시골 초등학교처럼 학생 수가 급감했다. 1997년에는 30명 이하로 내려가 분교가 됐고, 해를 거듭하며 학생 수는 점점 더 줄었다. 본교에서 분교로, 분교에서 폐교 위기에까지 처했다.
이 학교가 다시 100명이 넘는 번듯한 학교가 된 것은 2006년 부임한 방기정 전 분교장(현 교무부장)의 자연을 벗삼은 특성화 교육과, 이를 지지해온 교사와 학부모의 노력 때문이었다. 31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방 부장은 모두가 기피하던 이 학교에 지원했다. 초등학교부터 성적에만 매달리는 모습이 싫었던 그는 시골 학교에서 자연 친화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쳐보고 싶었다.
폐교 위기서 15년만에 본교 승격
방 부장은 먼저 ‘40분 공부 후 10분 휴식’이라는 수업 시간을 바꿔 ‘블록 수업’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80분 수업하고 30분 휴식’ 시스템으로 바꾼 것이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다양한 수업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학생들도 80분 동안 수업을 계속하니 집중력을 키울 수 있었다.
시골 학교라는 장점을 살려 학교 밖 수업도 늘렸다. 학생들은 매주 월요일 아침 학교 주변을 산책한다. 걷기 운동도 하고 대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동네 텃밭을 활용해 체험 활동을 늘렸고, 논두렁 달리기·외발 자전거 타기 등 체육 활동도 늘렸다. ‘두창리 아이들’이라는 학교 문집도 만들었고, ‘두창 밴드’를 만들어 학예발표회도 가졌다.
‘아이들 교육은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학부모와 동네 주민의 참여 프로그램도 늘렸다. 이들은 두창발전추진위원회를 구성, ‘학생이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자원봉사, 돌봄 교사로 수업에 참여했다. 어떤 학부모는 자녀와 함께 등교해 아침 시간 저학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줬고, 어떤 학부모는 학습이 부진한 학생의 수업을 도와줬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아이들의 교육을 토론하기도 했다.
이렇게 본교로 승급되기까지 교사들은 휴가를 반납하며 헌신했고 학부모들은 학교일에 발벗고 나섰다. 학생들 입에선 “학교가 즐겁다” “학교에 놀러 오는 것 같다”는 말이 이어졌다.
자연 벗삼은 교육, 학교가 즐거워
방 부장과 학부모의 노력은 3년이 되는 시점부터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20여명까지 줄었던 학생 수가 2011년 100명까지 늘어난 것이다. 이들 중 80% 이상이 타지에서 온 학생이다. 서울 강남구나 성남 분당구 등 우수 학군 지역부터 충청도 지역 학생들까지 몰렸다.
두창초의 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마을 역시 살아났다. 20가구 이상이 새로 집을 지어 이사 와 마을 규모도 커졌다. 아이들 덕분에 마을주민간 유대도 깊어졌다.
두창초의 학생수가 늘어난 배경에는 입시교육에 매몰되지 않고 아이들을 마음껏 ‘놀게’하는 교육과정이 있었다. 수업은 철저히 교과서 안에서만 이뤄지고,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들과 밭에서 뛰어놀며 시간을 보냈다. 사교육 중심의 도시 초등학생과 달리 두창초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 익숙했고, 때문에 얼굴은 그을려 있었지만 늘 밝았다.
두창초의 이런 특별한 교육활동은 몇몇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학교·학생·학부모가 혼연일체가 된 새로운 교육공동체를 보고 ‘두창스럽다’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두창초교의 본교 승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기도내 학생이 매년 3만명씩 줄고있는 추세에, 시골 분교 학생이 3~4년새 수십명 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행복하고 창의적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어린이를 키우려는 지역공동체의 노력이 이뤄낸 작은 학교의 기적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두창초교는 대한민국 교육의 바람직한 모델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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