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와 남양주시의 경계를 가로 지르는 왕숙천변 부지 13만2천여㎡에 자리 잡은 구리하수종말처리장. 구리시와 남양주시 일부지역의 하루 오·폐수 16만t을 처리하는 혐오시설이지만 지난 2009년부터 하수처리 시설이 대폭 개선된데다 인공폭포와 수생식물과 산책로 등 가족단위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주민휴식 공간이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부터 곤충의 일대기 및 생육 과정 등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곤충생태관도 조성 및 운영되면서 환경교육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올해 방문객이 5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지역주민의 여가활동 욕구를 해소해 주는 대표적인 주민친화적인 공간으로 거듭난 구리하수종말처리장을 살펴보자.
■첨단 정화시설 위에 들어선 주민친화공간
시는 지난 2009년 하수종말처리장에 초기우수저류시설을 설치한데 이어 2010년에는 반류수 저감시설을 설치했다. 또 국내 최초로 하천 부영양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질소(N)와 인(P) 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3차 고도처리 방식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I3시스템(하수처리장의 하수처리수를 2차침전조와 후탈밀조, 여과조, 소독조 등을 대신해 분리막을 갖춘 생물반응조를 이용 여과하는 공법)도 도입 및 운영돼 하수처리수 수질(BOD 5㎎/ℓ은 3㎎/ℓ 이하,T-N 15㎎/ℓ은 5㎎/ℓ 이하, T-P 1㎎/ℓ은 0.5㎎/ℓ 이하)이 물놀이를 즐길수 있는 수용용수 수준으로 크게 개선됐다.
올해부터는 125억원을 투입해 하루 5천t이던 하수처리수(방류수) 재이용 시설 용량을 2만5천t으로 2만t 증설할 예정이다.
구리하수처리장은 지상에 각각 가로 120m, 세로 90m 규모의 하수침전지와 생물반응조를 갖추고 있으며, 원형 농축조는 지름 7m 규모의 악취차단용 알루미늄 덮개(돔) 등 악취방지시설들이 설치돼 있어 오폐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지상의 나머지 공간은 하수처리 과정에서 나온 최종 방류수를 이용한 인공폭포와 수생식물관, 산책로 등 주민친화시설들로 조성돼 있다.
특히 다슬기, 소라, 말조개 수서식물과 부레옥잠과 물 배추, 개구리밥, 수련 등 수생식물 서식공간이 들어선 수생식물관과 한강과 왕숙천, 지천 등에서 서식하는 쏘가리, 꺽지, 붕어 등 육식성 어종과 송사리, 돌고기, 모래무지 등 초식성 어종들도 볼 수 있는 너비 1m의 실개천도 조성돼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최종 방류수를 이용한 생태환경 조성은 그만큼 수질이 깨끗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증거로, 시는 방학기간 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수처리 원리와 수질검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과학교실과 1일 환경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구리하수종말처리장 내에 위치한 곤충생태관은 다양한 종류의 나비로부터 물방개, 잠자리 애벌레 등 수서곤충과 장수풍뎅이 등이 전시돼 있는 생태교육 공간이다. 시는 지난 2003년 7억1천여만원을 투입해 시설을 개보수해 유리온실과 전시설, 부속시설 등을 확충했다. 생태관에서는 나비나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을 증식, 배양해 전시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일반에 공개된 이후 방문객 수가 지속적으로 늘기 시작해 지난 2002년 1만명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3만3천300여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올해는 관람객이 4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서울 인근 곤충 체험 학습장소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시는 올해부터 7억5천만원(국·도비 포함)을 투입해 시설이 확충, 유리온실 생태관과 전시실, 곤충사육관리실 등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시설 운영은 국내 최고 수준의 곤충전문가들이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단지 보여주는 전시는 물론 체험인들에게 곤충에 대해 설명해주고 상식을 들려주는 곤충학교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현재 곤충생태관 내 표본전시실에는 현재 보호종을 비롯해 나비표본 191종 952마리, 나방표본 53종 179마리가 전시되고 있으며, 딱정벌레 등 기타 곤충류도 100상자나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호랑나비과와 흰나비과, 네팔나비과, 팔랑나비과, 부전나비과 등 다양한 나비 표본은 물론, 살아있는 나비가 짝짓기하고 잎에 알을 낳는 모습, 애벌레가 부화하고 먹이를 먹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 생태교육의 보고로 불린다.
또 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이용한 연못도 조성돼 물방개, 장구애비, 게아재비 등 수생곤충 10여종과 호랑나비,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사마귀 등 육상곤충 30여종을 관찰할 수 있다.
곤충생태관에서는 어린이들이 나비의 생육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비교적 번식이 쉬운 배추흰나비의 애벌레를 무료로 분양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알~애벌레~번데기~성충에 이르는 과정(약 1∼2개월)을 집에서 살펴보면서 생명의 신비를 배우게 된다.
시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환경의 소중함을 금새 깨닫고 동식물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는 등 교육적 효과가 크다”며 “하수처리장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리=한종화기자 hanjh@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