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게 된다. 나의 경우는 40대 불 같은 청춘을 하나의 작품에 쏟아 붓고 태워버렸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다행히 마당을 나온 암탉은 개인뿐만 아니라,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도 의미 있는 한 줄을 남겼다.
본 기고를 쓰고 있는 8월 작년 이맘때가 바로 관객 150만 명을 넘기고 최종 스코어인 220만명을 향해 나아가고 있던 때이다.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으로 자리 매김 된 것이다.
일 년 만에 마당을 나온 암탉에 대한 이야기를 풀자니 작년 여름 연일 쏟아 내리던 장맛비에 가슴 졸이던 감회가 새롭다. 하늘도 일 년 중 자신이 머금던 모든 것을 쏟아내는 시기이니 어쩌랴! 중요한 건 작품이라고 호기부리며 빗줄기만큼이나 되뇌고 있었다.
대중예술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가 알게 된 아름다움, 진실 혹은 진리 같은 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대중문화의 생산은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고도 역동적으로 생성되는 문화생산자 그룹의 ‘시대정신의 소산’이 아닐까 싶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와 가족용 대중매체로서 대중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상당히 유력한 장르다. 이때문에 마당을 나온 암탉을 기획하면서 대중의 눈높이와 요구에 맞는 애니메이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갈 무렵, 한국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거듭된 실패로 인해, 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고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한 불신으로 얼어붙은 냉혹한 투자환경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그 어려운 시기에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신화 창조 프로젝트’를 통한 투자 및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것은 종자돈 이상으로 제작의 불씨에 태풍을 일으킨 중요한 풀무질이었다. 지원작으로 선정되면서 제작사의 역량을 높게 평가받고 작품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었으며, 다른 지원과 투자가 연계되어 작품은 만들어 질 수 있게 되었다. 공공지원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크게 느껴보았던 순간이다.
당시를 회상하며 한가지 제안을 하자면 제작단계별 상황을 보고 다양하게 지원하는 형식은 어떨까 한다. 예를 들어 영화는 정해진 예산 내에서 제작을 하다 보면 막판에 자금과 일정이 부족하기 마련인데, 이 때 일정 부분 퀄리티의 조정과 제작 일정의 압박이 시작된다. 전체 예산이 확정되고 난 뒤에는 그 예산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어 추가 투자를 받고 싶어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점을 세밀하게 분석한 현장 밀착형 지원 정책을 기대해 본다.
이제 ‘제2기 신화창조 프로젝트’를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육성에 대한 경기도의 지속적인 의지가 보이는 것에 대해 지원을 성공시킨 수혜자의 한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경기도가 추진 중인 신화창조 프로젝트가 좋은 작품과의 매칭을 통해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 열기를 확산해 나가는 큰 지주목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한국애니메이션 파이팅!
오성윤 애니메이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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