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이유없이 허리가 자주 뻣뻣하면, 강직성척추염

 

최근 20대 중반의 남자 대학생이 내원을 했다. 군대 제대 후 복학하고나서부터 허리에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해 1년여를 참다가 병원에 내원했다고 한다. 평소에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무리하게 몸을 움직여서 그런가 했는데, 공부하느라 하루종일 앉아 있거나 주말에 오랜 시간 자고 일어나면 오히려 허리가 더 아팠다고 한다.

환자를 검사한 결과, 강직성척추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강직성 척추염은 엉덩이의 천장관절과 척추관절을 침범하여 경직시키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주로 인대나 힘줄이 뼈에 붙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골부착부염이 원인이다. 이러한 강직성척추염을 방치할 경우 뼈와 뼈가 서로 붙게 되어 점차 허리가 굳어지고 관절운동 장애를 일으키며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난치성 질환이다.

현대인들에게 요통은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어서, 앞서 예로 들었던 환자처럼 증상을 간과하기 쉽다. 일반적으로 요통이라고 하면 흔히 ‘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탈출증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척추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빠져 나와 신경 줄기를 눌러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로 전체 요통 원인의 5% 가량 된다. 디스크와 강직성척추염 증상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디스크는 몸을 움직일수록 더 아프지만 강직성 척추염은 몸을 움직여주면 통증이 완화된다는 점이다. 만약 특별한 이유나 외상이 없이 젊은 사람에게 요통이 생겼다면 강직성척추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한 가지 문제는 질환 초기에는 단순 X-선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CT, MRI와 같은 영상검사를 통해 훨씬 빠른 시기에 진단이 가능하게 됐다. 이외에도 강직성 척추염 진단에 유전자검사가 도움이 된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90% 이상이 ‘HLA-B27’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인 중에 이 유전자를 가진 비율은 약 4%이며, 이들 중 10%에서만 발병한다. 아직 이에 대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 치료의 최종 목표는 통증과 강직감을 없애주고 척추가 굳지 않게 하여 장기적으로 움직임에 장애가 없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강직성 척추염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 운동요법, 수술치료로 나뉠 수 있다.

모든 치료에서 그러하듯이 강직성 척추염의 치료에서도 약물치료가 기본이 되고, 또 척추의 강직을 막기 위해서는 운동치료도 필수적이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드물며 척추 변형이 심하거나 고관절 변형으로 활동이 심하게 제한 받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시행된다.

운동은 근육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수영, 스트레칭, 걷기 등으로 뻣뻣한 근육을 풀어줘야만 혈류량을 높여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강칙성 척추염은 일단 관절이 굳어버리면 상태를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 처음부터 진행과 변형을 막는 노력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 요통이 생겼다면 검진 차원에서라도 꼭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최성재 고려대 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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