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단선거와 지역 국회의원

지난 5일 오전 10시 의왕시의회 본회의장. 기길운 의장을 비롯한 7명의 시의원과 김성제 시장, 부시장, 국·과장, 사업소장, 동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99회 의왕시의회 제1차 정례회가 열렸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새누리당 전영남 의원이 신상발언에 나섰다. “부의장을 뽑지 못한 상황에서 회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의장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이어 같은 당 조규홍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으로 가세했다. “지난 5대 의장단 선거에서 민주당에 부의장을 배려한 바 있고, 지난 2일 실시한 후반기 의장선거에서 상생하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 기 의장에게 힘을 실어 주었는데, 민주통합당은 화합과 상생하는 의회의 기본정신을 망각하고 있다”면서 “기 의장은 새누리당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신의를 저버린 무책임한 책임을 지고 과감하게 사퇴하라”며 어떠한 협상과 대화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 의장은 “부의장 선거는 일단 이번 회의에 올라온 안건을 상정한 뒤 마지막에 다루자”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어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정회를 요청, 정회에 들어갔다. 공무원들도 덩달아 정회시간에 합류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공무원들은 ‘우리가 왜 이런 장면을 계속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가’ 라는 표정으로 시의원들을 바라보았다.

안건을 상정하고 공무원들이 회의장을 빠져 나간 뒤, 또다시 부의장 선거를 놓고 설전에 들어갔다.

전영남 의원과 조규홍 의원은 “기 의장이 ‘부의장 선거에서 한 표만 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약속해서 의장을 밀어주었는데 이에 대해 의장은 어떤 책임있는 자세를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기 의장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저 자신도 노력했지만, 대한민국 중앙정치의 벽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기 의장은 또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한탄과 비애를 느낀다”며 “그러나 노력은 해본다고 했지만 약속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기 의장은 이어 “의장단 선거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모두 감내하겠다”고 약속했다.

정회와 속개를 거듭한 끝에 기 의장이 부의장선거를 실시하려 하자, 조규홍·전영남 의원이 기표소 입구를 막아 결국 투표를 하지 못한 채 추후 상정하기로 하고 산회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일 실시된 의장단 선거에서는 기 의장을 선출한 뒤 부의장선거를 진행하려 하자, 의사봉을 빼앗는 등 파행운영으로 정회와 속개를 계속하는 등 난상토론을 벌이다 오후 6시에 산회했다.

후반기 개원 일주일이 넘도록 부의장을 뽑지 못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새누리당 의원, 지역 여론 등을 종합해보면 이 지역 국회의원의 개입으로 부의장 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송호창 국회의원은 부의장 선거를 치르기 하루 전인 지난 4일 민주통합당 소속 시의원들과의 모임에서 “내가 언제 개입했느냐, 4명(민주통합당 소속 시의원)이 협의한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믿고 정치를 하겠느냐”며 개입사실을 부인했다는 말이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부의장 선거 하루 전날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이 함께 모여 협의했다는 사실에 대해 시기가 부적절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앙정치에 몰두해야 할 초선 국회의원 때문에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가 제대로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지난 1995년 6월 첫발을 내디딘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 2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지방자치제도가 과연 제대로 정착이 되가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공천제 폐지 등 제도개선에도 적극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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