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호 칼럼] 아라뱃길 수향팔경 보러 갑시다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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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경인아라뱃길’이 2012년 5월25일 열렸다. 무려 800여년 만이다. 서해와 내륙을 잇는 아라뱃길은 총연장 18㎞에 이르는 물길이다. 한강(서울 강서구 개화동)과 서해(인천 서구 오류동)를 오고 간다. 아라뱃길은 우리나라 최초의 운하다. 수도권 내륙에 응집된 우리 민족의 기운이 바다 밖으로 드넓게 뻗어나갈 관문을 열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한강~서해 뱃길 조성 역사는 서기 1200년께 고려 고종 집권기 때 시작됐다. 당시 왕조는 전국 각지에서 거둔 조세를 왕실 곳간인 경창(현재 서울 마포 일대)으로 안전하게 옮기기 위해 운하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한강 하류의 거센 조류와 조수간만의 차이 등 기술적인 문제로 포기했다. 조선 중종 때도 같은 구간에 운하를 만드는 사업을 재추진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운하공사가 다시 추진된 것은 1992년이다. 인천 굴포천 방수로 공사를 경인운하, 아라뱃길 등으로 확대, 추진하며 2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수향팔경’은 관광명소

지금 경인아라뱃길은 16개 노선에 여객선 9척, 화물선 10척이 운항한다. 유람선은 김포에서 서해 각 섬들을 잇는 형태로 운항한다. 화물선은 김포에서 평택·인천을 거쳐 서해로 빠지는 노선이다. 이 중 국제항로는 6개 노선 총 7척으로 중국 칭다오·텐진·상하이, 러시아, 일본, 동남아 등을 잇는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2030년까지 연간 총 1천296만7천t에 달하는 화물이 아라뱃길을 통해 서해와 내륙을 오갈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3조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와 2만6천명의 고용효과가 예상된다. 홍수 피해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 아라뱃길은 평상시엔 배가 오가는 주운수로지만 홍수기엔 주변 물을 서해바다로 빼는 방수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에도 혁신이 예고된다. 한강과 서해를 연결해 수도권 주민들이 서해로 오가기 쉬워지고 중국 등지에서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배를 타고 국내로 들어오기 편해졌다. 특히 아라뱃길의 ‘수향팔경’은 관광명소다. 서정과 활력이 넘친다.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반발, 운하건설의 경제성에 대한 감사원·정치권의 재검토·백지화 논란으로 하마트면 山으로 갈 뻔한 아라뱃길이다. 2004년 7월 한 차례 공사가 중단된 전력이 있듯 상당수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다. 먼저 물류 기능이 기대 수준에 미칠지가 관심사다. 아라뱃길 수심은 평균 6.3m다. 조선업계에선 5천t급 이상 화물선이 오가기 위한 수심을 6m 이상으로 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치일 뿐이다. 5천t급을 초과하면 아예 운항이 어렵다. 수도권 물동량 중 상당 부분을 넘겨받기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운송시간도 문제다. 현재 서울 행주대교 남단에서 서해까지 차로 30분쯤 걸리지만 선박으로 아라뱃길을 통과하면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각계 전문가들의 지적·비판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서울이 항구도시가 된다

관광산업 측면에서도 걱정이 된다. 당초 계획상엔 서해에서 김포를 지나 서울 여의도에까지 이르는 형태로 뱃길이 구상됐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후 이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만약 폐지 쪽으로 확정된다면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들이 유람선을 타고 서울로 오기는 글렀다. 여의도와 용산 등지에 대규모 마리나를 설치해 한강을 국제 해상관광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은 신기루로 끝날 공산이 없지 않다. 서울시장은 그래서 국민 혈세 2조2천억원이 투입된 대형국책사업 아라뱃길이 유정하게 흐르도록 협조해야 된다. 그래야 내륙도시 서울이 바다를 품은 새로운 항구·수변도시로 바뀐다. 서울이 항구가 된다. “국토 분단 이후 한강에서 서해로 나가는 입구가 비무장지대로 바뀌어 오랫동안 막혔던 바다로 나가는 물길을 수도 서울이 열었다”는 칭송을 듣는다. 친지들과 유람선을 타고 아라뱃길의 수향팔경을 구경해야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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