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 들인 경기장 텅텅 “차라리 물채워라”

3개월간 12일 사용… 관리비 매달 수억 혈세 축내

인천도시公 “잔디 훼손된다” 훈련장소 개방 안해

1천억원을 들여 건립한 인천 숭의축구전용경기장과 인천유나이티드 축구단이 떠난 문학월드컵주경기장이 활용도가 극히 미흡해 혈세만 축내고 있다.

17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장한 숭의구장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인천 유나이티드 축구단의 홈경기 6게임과 2번의 행사만 열렸고, 문학월드컵경기장은 실업리그 4경기가 열렸다.

이들 2개 축구장 건립에 수천억원이 투입됐지만 지난 100일 동안 고작 12일만 사용된 셈이다.

숭의구장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있는 날과 전날에만 잠시 개방해줄 뿐 거의 매일 텅 비어 있는 상태다.

특히 운영을 맡은 인천도시공사 측이 잔디가 훼손된다는 이유로 유나이티드 1군 선수들의 훈련장소로도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숭의구장과 문학구장에서 훈련을 못 한 채 인조구장인 문학경기장 보조경기장이나 승기하수처리장 옆 연습구장 등지로 옮겨다니며 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축구 선수들이 뛰지 못하는 잔디구장에서 최근 한 유명 음악인의 콘서트와 글짓기 행사 등이 열려 축구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문학구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홈구장으로 쓰던 유나이티드가 숭의구장으로 떠나면서 올해 고작 실업리그 4경기만 열리는 등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인데 반해 매달 2억원 가량의 시설관리비만 새나가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 관계자는 “1군 선수들은 최소 주중 2~3차례는 잔디구장에서 전술훈련 등을 해야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 잔디구장에서의 훈련은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시공사 관계자는 “아무리 훈련이라도 잔디가 훼손되기 때문에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면서 “내년에 구장 관리가 유나이티드로 이관된다면 자체적으로 훈련장소 등으로 쓰면 된다”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lmw@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