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서울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렸다. 50여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들이 참가해 궁극적으로 “핵 없는 세상”의 구현을 위해 논의했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반가움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해 3월 11일 일본 동북부에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했고 후쿠시마 제1원전이 터졌다. 원전주변에서는 핵연료봉 내 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킬 때 생기는 핵분열 생성물, 즉 방사성 물질들이 검출되고 있다. 쓰나미로 일순간에 많은 사람이 죽었으나 방사성은 그 이후의 재앙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사성으로 인해 고통을 받을지 아무도 모른다.
최병수의 ‘너의 몸이 꽃이 되어’는 전쟁의 참혹과 주검, 그리고 주검의 부활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작품을 피에타(Pieta)라 하는데, 그는 마치 피에타의 마리아처럼 전쟁의 폐허에서 죽은 아이를 안고 일어서는 아비의 모습을 그렸다. 불에 그슬린 대지의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태양은 검은 하늘에 잠식당했다. 그 중심에 아이를 안고 있는 굵은 아비의 손이 있다.
고개를 떨어뜨리고 아이를 바라보는 깊은 슬픔이 있다. 하늘의 신조차 침묵해버린 이 무저갱의 현실에 ‘꽃의 폭포’가 흐른다. 아이의 몸뚱이에서 푸른 꽃물이 흐른다. 몸이 부서지면서, 산산이 흩어지면서 꽃물은 어느새 꽃잎으로 흩날린다. 푸른 꽃이 다시 색색의 꽃으로 환하게 쏟아져 내린다. 폐허의 대지를 덮는 싱싱한 꽃잎을 보라! 작가는 죽은 예수의 부활처럼 죽은 아이의 꽃의 부활이 이 세상의 희망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타전한다. 꽃이 모든 전쟁의 도구들을 덮고 있잖은가!
핵과 원자력은 전쟁보다 더 무서운 재앙일지 모른다. 파괴의 용들이 불을 뿜어 일시에 잿더미를 만들듯이 원전사고는 상상불허의 공포다. 우리나라는 민수용 원자력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다. 남쪽지방에 총 21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있고 3개가 더 세워진다. 원자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셈이다. 과연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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