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계약에는 분쟁이 내장(built-in)돼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축과 관련한 분쟁은 수도 없이 많고, 실제로 변호사들이 처리하는 사건 중에도 건설 분쟁 사건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건설 분쟁은 그 형태나 종류도 다양한데, 지체상금에 관한 분쟁도 그 중 하나다.
건축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만일 수급인이 준공기한 안에 공사를 끝마치지 못하면 도급인에게 돈 얼마를 지급하겠다고 미리 약정하는 것을 지체상금 약정이라 한다. 지체상금이란 건설공사의 수급인이 준공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두는 것으로, 통상 지체된 기간에 지체상금율을 곱해 산정하는 방법(예컨대 지체 1일당 전체 공사대금의 0.15%로 정하는 방법)이 흔히 사용된다.
지체상금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수급인이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마치지 못했으니 무조건 계약서에 정한 대로 지체상금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마치지 못한 모든 경우에 지체상금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우선 기본적으로 지체상금은 수급인이 책임 있는 사유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책임이다.
따라서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도급인 때문이라거나(예컨대 도급인이 자재공급을 적기에 하지 않은 경우), 불가항력적인 사유(예컨대 통상 예측할 수 없는 기상악화)로 인한 것이라는 점 등이 입증되면(입증책임은 수급인에게 있다) 지체상금의 책임은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지체상금은 수급인이 준공기한까지 공정을 완료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즉 수급인이 준공기한 안에 모든 공정을 완료했으나 완성된 부분에 단지 흠(하자)이 발생한 경우에는, 지체상금이 아니라 하자를 보수할 책임이 발생할 뿐이다.
그런데 공사의 미완성과 하자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흔히 있어, 이 점이 분쟁의 초점이 된다.
만일 공사대금 100억원, 지체상금률 하루당 0.15%로 약정된 공사의 수급인이 준공기한이 100일이나 지나서 공사를 완성했고, 이러한 지체의 책임이 수급인에게 있는 경우, 얼핏 계약 내용만 보면 수급인은 지체상금으로 도급인에게 15억원(100억원×0.0015×100)을 물어야 한다고 속단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의 실제는 그렇지 않다. 지체상금의 기본적인 성격은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액수를 미리 정해 놓는다는 점에 있다(이를 ‘손해배상의 예정’이라 한다).
그런데 민법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은 지체상금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도급인이 수급인을 상대로 15억원의 지체상금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 수급인은 자신이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한 경위, 지체로 인해 도급인에게 실제로는 별로 손해가 없다는 사실 등 자신이 여러 모로 억울하다는 점을 주장하게 되고, 이런 여러 사정들을 근거로 법원은 지체상금을 적절히 감액할 수 있다. 판례들을 살펴보면 법원이 무려 70~80%의 감액을 인정한 사례까지 관찰되고 있다.
따라서 지체상금 관련 소송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은 이상의 여러 점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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