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남는 자, 떠나는 자, 포기하는 자

예전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줄여서 ‘놈놈놈’이라고 불렀다.

 

1930년대 만주 벌판에서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하는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 최고가 아니면 안 되는 마적단 두목 박창이, 자신이 훔친 지도가 보물지도인지도 모르고 훔친 태구. 끝없는 추격 끝에 보물이 묻힌 장소에 도달해 마지막 결투를 벌이고, 태구의 승리로 끝나는 영화다.

 

누가 좋은 놈이고, 누가 나쁜 놈이며, 누가 이상한 놈인가는 영화를 보고서 판단해야 한다.

 

최근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총선 후보 공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을 보면서 자꾸만 이 영화가 겹쳐진다.

 

각 당에는 후보로 등록을 마친 사람들 가운데 살아남아 당의 후보로 출마하는 사람이 있다.

 

또 그중에는 공천을 받지 못해 당을 떠나는 사람이 있다. 이런저런 사유로 당을 떠나지도, 남아있지도 못하고 선거 자체를 포기하는 자도 있다. 남은 자와 떠나는 자, 포기하는 자 중에 누가 좋은 자이고, 누가 나쁜 자이며, 누가 이상한 자인가를 찾아보기로 했다.

명확한 기준 없는 여야 공천

 

참 어려웠다. 남은 자는 왜 남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공명정대한 기준에 의해, 기준을 바꾸면 전체 틀이 달라지기 때문에 절대 바꿀 수 없는 원칙에 의해 공천을 했다고 하는데, 남아 있는 자의 면면을 보면 어떤 기준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

 

각 당의 정강 및 정책에 합당한 사람을 남겼는가에 대한 확신보다는 다른 기준이 작용한 느낌이 드는 것을 지울 수가 없다. 남은 자도 아직은 서로서로 필요로하고 있다는 생각만 남는다.

 

떠나는 자를 보면 왜 떠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새로운 시대적 소명을 위한 거국적 결단도 아니다. 과거에는 시대가 요구하는 일을 이루려고 어쩔 수 없는 결단을 내렸다고 변명이라도 하고 떠났다.

 

요즘은 아닌 것 같다. 정당 강령이나 철학이 자신과 갑작스럽게 달라져서도 아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뛸 수 있다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 공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떠난다고 하니까 하는 말이다.

 

포기하는 자를 보면 왜 포기하는가를 알 수 없다.

 

할 말은 많지만, 본인이 모든 짐을 떠안고 가며,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주장한다. 어떤 짐을 떠맡았으며, 누가 맡겼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이들의 내려놓음이 국가 미래에 어떤 짐이나 과제를 해결해 주는지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도 어렵다.

시급한 현안에 관심 기울여야

 

당과 국가를 위해 백의종군하면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말을 한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해외사례를 인용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당제도를 발전시켜 각 당의 정신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온 미국을 바라보면, 우리의 정치 형태를 돌아보면 민망할 때도 있다.

 

후보로 공천을 받지 못한 많은 사람이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또 그 이름을 한나라당으로 하겠다는 뜻을 보인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참 이상한 나라다. 북한주민들이 중국에서 북송될 때,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이 이어도를 자국의 영토에 편입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과 대책을 모색하지 않는다. 상생발전을 하자고 하면서도 독도는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에 대해서 국가가 취할 자세를 지속적으로 연구하지 않는다. 공천을 마치고 나면, 이런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까?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 가운데 누가 남을 것인가? 영화처럼 이상한 사람만 살아남을까? 좋은 사람만 있을까? 나쁜 사람만 남아 있을까?

 

차명호 평택대학교 상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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