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 대학’ 걸맞게 실용중심 교육 맞춤형 인재로 취업난 돌파
흔히 대학총장하면 희끗희끗한 백발에 도수 높은 안경을 푹 내려쓴 전형적인 학자포스의 노신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포천에 자리잡은 경복대학교에서 만난 전지용 총장은 그러한 편견을 깨버리기에 충분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180cm를 훌쩍 넘는 키에 100kg은 족히 돼 보이는 듯한 당당한 체구, 서글서글한 눈매와 부드러운 미소가 멋스러운 40대 초반의 젊은 총장. 너무나도 젊은 첫인상에 ‘총장 비서실장 아닌가’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쏟아내는 차분하면서도 확신에 찬 어조에서는 확고한 교육 철학과 고집이 묻어났다.
솔직하면서도 거침없는 답변 속에서는 글로벌한 국제 감각과 21세기형 젊은 경영자다운 냉철함과 철두철미함이 녹아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본교 학생들의 장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천상 교육자다운 면모도 엿볼 수 있었다.
졸업생 10명중 9명 취직…수도권에서 ‘최고’
“특성화 대학은 특성화 대학 다워야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저희 경복대학교가 그 어떤 것보다 취업률을 우선 가치에 두고 있는 이유죠.” 전 총장은 특성화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연구의 장이 아닌 젊은이들이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교육의 장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교육기관의 수장이라기보다는 냉철한 경영자라는 인상이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실제 경복대학교는 90%에 달하는 수도권 최고의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전 총장은 권위 보다는 실용과 내실을 중시한다. 교내에서 학생들에게 방해를 주기 않기 위해 대학 총장의 권위를 벗어던진 채 운동화를 신고 교내 곳곳을 누빌 정도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다.
이러한 전 총장에게 있어 특성화 대학의 진정한 역할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갈 준비를 철저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확신이 있어서인지 전 총장의 답변은 시원시원하면서도 거침이 없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취업률에 집착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학생들을 실제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을 지닌 준비된 인재로 키워내는 데 집중한다는 의미죠.”
박기춘 국회의원·탤런트 이민우 등 유명인 배출
경복대학교는 높은 취업률 이외에도 간호학과와 치위생과, 이·미용과 등 대부분의 강의실이 실제 현장과 똑같이 조성돼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익숙한 환경 속에서 현장 위주의 실습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잘 적응할 수 있다는 전 총장의 믿음이 반영된 결과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스마트전자칠판 등의 첨단 학습자재가 갖춰진 최첨단 강의실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발표하는 형태의 교육을 받는다.
첨단시설·현장실습·산학협력 ‘3박자 밀착교육’ 결실
“이제는 교육도 쌍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교수가 칠판에 강의한 내용을 학생들이 열심히 받아적는 형태의 구시대적 교육으로는 결코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없습니다.”
첨단 시설을 갖춘 현장 실습 중심의 강의실과 함께 전 총장이 밝힌 경복대학교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산학협력이다. 서울시내 9개 구청과 12개 공기업, 2천여 개 기업들과의 산학협력을 맺은 경복대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교수로 임용하는 한편, 진로지도 책임교수제 등을 통해 학생들의 취업관리까지 담당토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 인프라에 힘입어 경복대학교 동문들은 다양한 분양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7대·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기춘 의원을 비롯, 서장원 포천시장과 아역 탤런트 출신으로 유명세를 탄 이민우, 국내 최고의 락밴드 ‘부활’의 보컬을 맡고 있는 정동하 등이 모두 경복대학교 졸업생이다. 특히 박기춘 의원과 탤런트 이민우 등은 현재 경복대 교수로 활동하며, 실제 현장에서 느낀 생생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현재 경복대의 기틀을 갖추기까지 힘든 점도 많았습니다. 일부 반대 의견을 가진 교수들을 수년간에 걸쳐 설득해야 했지요. 제가 한번 마음을 굳게 먹으면 뜻을 잘 굽히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 혹시 간과한 부분이 없는지 대화도 많이 나눴습니다.”
장기적인 안목과 젊은 패기, 인내심을 두루 갖춘 젊은 총장의 포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전세계 25개 대학과 활발한 교류…무료 해외어학연수 인기 인터뷰 도중 국제교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차분하던 전 총장의 목소리 톤이 한 단계 올라갔다.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만큼 국제교류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터. 전 총장은 대학이 글로벌 한 마인드로 무장하지 않으면 결코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견해를 강하게 피력했다.
“전국의 대학은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무한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만을 고집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러한 전 총장의 생각에 따라 경복대학교는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중국, 일본,호주 등 8개국, 25개 대학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특히 매년 240명의 학생들에게 무료로 싱가포르 MIDS대학 연수기회를 제공하는 무료 해외어학연수제도는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활발한 국제 교류에도 불구하고 전 총장은 ‘아직 멀었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많은 대학들이 해외의 대학들과 국제교류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단순 자매결연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희 경복대는 해외대학의 캠퍼스를 경복대 내에 유치하거나 해외 대학 내에 경복대 캠퍼스를 신설하는 등의 분교화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교류에 나설 계획입니다.”
올해 개교 20주년… 등록금·일자리 걱정 넘어 세계로
40여종 장학제도 눈길… 10명 중 6명 장학금 혜택
장학금과 학생 편의 등을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곧바로“공부를 하겠다는 학생에게는 최대한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게 제 생각”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실제 경복대학교는 수도권 최대 규모인 40여종에 이르는 장학제도를 운영, 우수한 학생들이 학비 걱정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에는 학생 10명 중 6명에게 장학금 혜택이 돌아갔다고 하니 더이상의 수식어가 필요없을 정도다.
또 학생들에게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료로 최신형 스마트폰을 나눠주는 한편 학생들의 이동편의를 위한 무료통학버스를 44대로 증설하기도 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 모두 제 친자식들이라는 생각을 갖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 마음이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끊임없이 생겨나게 하죠.”
아무리 냉철한 경영 마인드와 글로벌한 국제감각을 가진 전 총장도 결국은 교육자였다.
‘젊은 총장’ 답게 新명문대학 도약 끊임없는 도전
‘젊은 총장’ 답게 新명문대학 도약 끊임없는 도전인생관이 궁금했다. 전 총장은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 만은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라는 양사언의 시조를 소개하며 평소 가슴에 새기며 살아간다고 했다.
최선을 다해보지도 않고 쉽게 좌절해버리는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는 전 총장의 다짐이 느껴졌다. 또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대학 총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고독한 리더’의 모습도 연상됐다.
“지금까지는 대학의 틀을 갖추는데 주력해왔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때라고 봅니다. 앞으로 더 좋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근조근 하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소신과 비전을 밝히는 전 총장의 모습에서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갈 경복대학교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글 _ 박민수 기자 kiryang@kyeonggi.com 사진 _ 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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