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휘발윳값’, 대책은 不在中?

정재환 경제부장 j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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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방송을 연일 장식하던 휘발윳값 최고치 경신이 결국 리터당 2천원을 넘기는 것으로 귀결됐다.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이라는 2천원대가 무너지면서 기름 넣기 정말 ‘무서운’ 시절이 됐다. 때문에 이제는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나서 휘발윳값을 안정시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새로운 얘기도 아니지만 휘발윳값의 절반에 육박하는 유류세를 낮추라는 요구다.

 

보통휘발윳값의 45%는 국제 유가, 45%는 세금, 3%와 7%는 각각 정유사와 주유소 이익을 반영해 결정되는데 국제 유가의 변동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휘발윳값에 줄줄이 붙은 세금은 조정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보통휘발유 1리터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주행세와 부가세가 붙는데 5만원어치 주유하면 이런 세금이 절반에 달한다.

 

유류세 인하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바이유가 130달러를 초과하는 날이 5영업일 이상 지속되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한다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탓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 2008년 유류세를 10% 인하했지만 별 실효가 없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당시 그나마 내리지 않았으면 기름값 부담이 훨씬 커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당장 유류세 인하 대신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 대책을 내놨고, 내리더라도 ‘일률적’이 아닌 ‘선별적’ 인하나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알뜰주유소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자영주유소 업자들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 자영주유소의 생존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상태다.

 

정유사와 주유소의 유통마진을 줄여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도 한동안 마진이 계속 줄어온 상황이어서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경기지역의 경우 경영난을 못이기고 문을 닫거나 경매로 넘어가는 주유소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마진을 줄이라는 압박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결국 유류세를 낮춰야하는데 세수 급감 등이 우려된다면 국제 시세 변화에 상응하는 ‘탄력적·한시적 유류세 감세’도 검토해 볼 수 있다.

 

국제 유가가 치솟을 경우 일정 기간 유류세를 낮춰 소비자 부담을 덜고 물가에 끼칠 악영향을 줄이겠다는 방안이다. 일부에서는 유류세 가운데 현재 11.37%가 부과되고 있는 탄력세 부분을 -11.37%로 인하하고 가능하면 탄력세 제한폭인 -30%까지 내려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류세 탄력세율은 유가에 붙는 교육·환경세 등 각종 세금에 대한 세율을 최저 -30%에서 최고 +30%까지 탄력적으로 운용 가능한 세율이다. 아예 ‘유류세 정액제’로 유가 급등을 억제하는 일본 정책을 벤치마킹해야한다는 지적도 많다.

 

국제유가가 올라도 세금 때문에 소비자가격을 추가로 올리지 않아 가격 충격을 덜어줄 수 있다는 잇점 때문이다. 유류세 대신 관세나 석유수입부과금을 낮추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원유를 수입할 때 부과되는 석유수입부과금을 아예 없애 현행 3%인 관세를 0%로 하자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와 한시적 감세, 유류세 정액제 도입과 석유수입부과금 축소 등은 모두 정부가 정책적 차원에서 연구하고 검토해야할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부가 기름값을 방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처럼 휘발윳값은 치솟는데 정부는 시장원리를 거스른다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알뜰주유소에 매달리고 유류세 문제 등 보다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국면이 됐다.

 

지금이라도 유류 공급부터 유통과 판매까지 모든 시스템을 면밀히 살펴 인하 가능한 부분을 고려하고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유류세 문제를 원점부터 다시 짚어봐야 할 것이다.

 

정재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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