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성공스토리] 뽀로로 아빠 (주)오콘 김일호 대표

“대박의 비밀은 평범함”

 

최근 몇 년 사이 육아의 일등공신은 잘 만든 정부정책도 할머니나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닌 ‘뽀로로’가 됐다. 뽀로로만 틀어주면 넋을 놓고 빠져드는 아이들 때문에 엄마, 아빠는 조금이나마 자유를 얻었다.

 

파를 먹기 싫어하는아이에게 “뽀로로가 파를 좋아한대”라고 말하면 아이가 생파까지 씹어먹는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제작사 오콘 김일호(44) 대표는 뽀로로의 인기비결로 ‘평범함’을 꼽는다.

 

다소 김빠지는 대답이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평범함으로 특별한 성공을 이끌어낸 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시 애니메이션 비즈니스의 거대 모델을 완성해 가고 있는 김 대표를 판교테크노밸리 내 오콘 사무실에서 만났다.

 

110개국에 수출해 수천억원 매출, 처음엔 상상도 못해…

110개국에 수출해 수천억원 매출, 처음엔 상상도 못해…

“뽀로로가 이렇게 ‘대박’날 줄 알았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뽀로로를 처음 만들 때부터 110개국에 수출해 수천억원의 매출을 내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큰 돈을 벌어야겠다는 의지도 없었다는 것.

 

“물론 기본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 수익을 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스태프들 대부분이 한살에서 일곱살까지 미취학 아동의 엄마, 아빠였다. 무엇보다도 그 어떤 고객보다 내 아이가 봤을 때 좋아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엄마, 아빠가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뽀로로의 동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뽀로로 성공의 가장 큰 밑천이 된 것 같다.”

 

아이들은 왜 그토록 뽀로로에 열광하는 걸까. 아이들에게 친숙한 동물 캐릭터라서? 김 대표는 또 다시 고개를 젓는다. 뽀로로 이전에도 전 세계적으로 펭귄 캐릭터는 여럿 있었다. 아이들을 끌어당기는 뽀로로의 매력은 불완전함과 평범함이었다.함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고 감정이입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되는데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히어로’형이 많았다. 그런데 뽀로로는 그렇지 않다. 신체적·정신적으로 불완전한 말썽쟁이, 옆집에서 볼 수 있는 내 친구 혹은 나, ‘닮고 싶은 캐릭터’가 아니라 ‘나를 닮은 캐릭터’다. 뽀로로의 키워드는 ‘평범함’이다. 이와 함께 쉬운 대사와 이해해줄 때까지 기다려주는 느린 호흡이 뽀로로의 재미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직접 고르는 부모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재미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교육적으로도 도움이 돼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에게 좋은’ 이 두 가지가 함께 충족돼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그래서 ‘뽀롱뽀롱 뽀로로’는 ‘1 더하기 1은 2야’, ‘친구랑 싸우면 안 돼’와 같이 직접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설정과 스토리를 통해 아주 간접적이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했다.

 

가령 크롱이 쌓은 블록을 뽀로로가 부술 때 ‘친구의 블록을 부수면 안 돼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을 부순 뽀로로가 미안해요라고 말했더니 크롱의 기분이 좋아졌어요’라고 하는 식이다. 그리고 이런 본질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통했다.”이같은 뽀로로의 본질과 가치, 철학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오콘의 또 하나의 숙제다.

 

뽀로로 시즌1을 일곱살 때 본 아이들이 벌써 고등학생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머지않아 이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됐을 때 뽀로로를 추억해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브랜드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뽀로로맘’, ‘뽀로로파’가 생겨날 것이다. 태어나서 가장 처음에 본애니메이션이라는 포지션을 계속 유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뽀로로를 비롯한 오콘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확장하기 위해 김 대표는 직접사업 구조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사무실을 판교 테크노밸리로 이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저 온가족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 만들고 싶어

 

“우리의 사업은 세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원본 제작, 둘째는 판권, 퍼블리싱, 라이센싱 등 1차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 제일 중요한 세 번째는 전략적으로 우리의 직접사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초기 10년동안 좌충우돌하며 창작에 전념했다면 그 다음 5년은 판권 배급에 대한 것을 경험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것이 진짜 부가가치를 내는 직접사업이고 판교 이전으로 실질적인 원년이 됐다.

 

크리에이티브를 연장할 수있는 수익원을 만들어야지 라이센스를 주는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견뎌낼 수 없다. 테마파크와 게임을 비롯해 스마트콘텐츠, 의류·생활용품 브랜드 등 전국 매장을 두는 것이 직접사업이고 이처럼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공간을 포괄적으로 모으는 ‘에듀테인먼트 존’을 1~2년 준비해 완성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회사들이 물리적으로도 가까워야 해 판교에 오면서 이들을 하나로 모았다.”

 

오콘은 지난해부터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했다. 오콘이 만든 테마파크는 거대한 부지에 수조원을 투자한 테마파크, 오고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막상 아이들이 가면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하는 기존의 테마파크와는 다르다.

 

“우리는 ‘어뮤즈먼트 파크’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링 파크’를 만들고 싶었다. 차 타고 2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고 간 김에 쇼핑도 하고 외식도 하고 일상이 될 수 있는 곳. 놀이도 있지만 아이들 성장에 필요한 교육적인 곳으로 말이다.”

글 _ 구예리 기자 yell@kyeonggi.com 사진 _ 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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