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에 말 걸기가 쉽지 않다. 이미지가 눈에 빤히 보이지만 사람들은 망설인다. 왜 그럴까? 그릇된 인식 탓이 크다.
사람들은 시험문제 대하듯이 미술품을 들여다본다. 그래서 미술품에 들어 있다고 믿는 정답을 맞히는 것이 감상의 정도인양 생각한다.
이런 오해를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하고 있기에 미술품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 미술 애호가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미술품은 마음이 가는대로 감상하면 된다. 그리고 해당 미술품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서 주관적인 감상에 더하면, 감상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작가나 작품에 얽힌 일화를 챙겨보거나 미술사적인 맥락을 더듬어보는 것도 유익하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작품을 곁에 두고 감상하는 것이다.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미술품을 구입하게 되면,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전시장이나 잡지에서 ‘아이쇼핑’을 하듯이 작품을 보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백화점에서 아이쇼핑만 하다가 직접 옷을 사 입을 때처럼, 소장의 기쁨은 작품을 곁에 둬보지 않으면 절대로 모른다. 어느 컬렉터는 시시각각 변하는 감상의 즐거움을 이렇게 들려준다.
“이후 몇 년 동안 그 항아리를 안방보료 옆에 두고 살았다. 여전히 이름도 고운 ‘달항아리’라는 건 몰랐지만 상관없었다. 잠에서 깨어서 볼 때와 퇴근 후 전깃불 아래서 볼 때의 모습이 달랐다. 춘하추동 계절마다 느낌이 달랐고, 내 마음의 날씨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곤 했다.”(이우복, ‘옛 그림의 마음씨’에서)
작품을 곁에 두면 감상이 달라져
사실 나도 무수한 미술품을 접해왔지만 정작 구입한 경우는 없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한 아트페어에서 젊은 작가의 그림을 한 점 구입했다. 그림을 집에 걸어 두니,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매일 보면서 그림의 꽉 짜인 조형미를 발견하게 되었고, 마음을 주는 만큼 그림의 의미도 풍성해졌다. 해당 작가의 다른 그림과 작품세계도 살펴보게 되었다. 작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도 생겼다. 틈틈이 작가의 전시회 소식도 챙겼다. 작가의 작품세계와 더불어 나이를 먹어가는 셈이다.
우표나 화폐만 수집하는 마니아들이 있듯이 미술품도 한 가지 소재나 한 장르, 한 작가의 작품을 모으는 것도 좋다. 이른바 특화된 컬렉션이 되겠다. 장기간에 걸친 ‘특화된 컬렉션’은 자기 식으로 또 하나의 미술사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 정신과의사는 자신의 미술품 컬렉션을 공개한 저서 ‘화골(畵骨)’에서, 국내 근·현대 작가들의 드로잉만 수집하여, 드로잉으로 된 ‘한국 드로잉 근·현대미술사’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한 화가의 작품만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컬렉터도 있다.
소장의 기쁨 누려보길
사실 컬렉션 종목을 특화시킨 컬렉터가 많을수록 컬렉터가 편집한 미술사는 풍부해질 수 있다. 수집한 작품에는 컬렉터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미술품 수집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컬렉터의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작품은 일차로 작가의 마음의 표현이지만 이차로는 작품을 구입한 컬렉터 취향의 표현물이기도 한 까닭이다. 즉 수집한 작품에는 작가 마음에 컬렉터의 취향이 더해져 있다는 뜻이다. 특화된 컬렉션은 초보자나 전문적인 컬렉터들이 한번쯤 해볼 만한 안전한, 보람된 컬렉션 방법이다.
일단 미술품과 말을 트고 나면 미술만큼 이용가치가 높은 예술 장르도 없다. 미술에서 연애의 비법을 배울 수도 있고, 사회와 역사를 보는 눈, 심리치유나 창의력 개발, 경영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또 자기 계발에 미술을 십분 활용할 수도 있다. 미술은 접근하는 시각에 따라 활용 가능성이 풍부한 ‘샘이 깊은 물’이다. 작품을 소장하면, 더 깊고 넓게 사귈 수 있다.
정민영 출판사 아트북스 대표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