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면에서나 실력면에서나 제게는 어울리지 않는 상입니다. 한층 더 시조 창작에 매진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우리 민족시와 경기시조시인협회의 발전을 위해 한 톨의 밀알이 되겠습니다.”
경기시조시인협회가 주관하는 경기시조시인상의 첫 번재 주인공이 된 청파(靑波) 이현주 시인(72). ‘뜻대로 행해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고희(古稀)를 넘겼음에도 이 시인의 시작인생은 멈추지 않는다. 아니, 아직 미완성이라며 겸손하게 말한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했던가, 그의 말속에는 겸손이 넘쳐도 저절로 빛이 난다.
이번 수상 작품은 ‘백련사 뜰에서’다. 시인이 2년전 천년고찰인 백련사를 찾아 서해바다를 내려다보면서 지은 작품으로 3수 연시조 형식에 율격이 올바르고 표현이 간결하다. 희망적·진취적인 미래상을 꿈꾸면서 온화하고도 차분하게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단(유선·김석철·밝덩굴)은 관조적인 삶의 철학이 담긴 시조라고 평가했다.
심사위원단은 심사평에서 작품의 마지막 수 ‘탁 트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함이여/ 여름날 이런 행복 안겨 주는 뜨락이여/ 그 옛날 풍요로움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라고 노래한 것에 대해 “가슴이 따뜻한 시인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는 만덕산에 올라 백련사의 보수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철 구조물 사이로 비치는 천년 사찰의 고졸한 위풍은 그대로 느껴지더군요. 오랜 역사의 세월에서 풍겨져 나오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라고 할까요. 그속에서 느껴지는 벅차오름…. 뭐, 그런 감정들을 그대로 시상에 옮기려고 노력했죠.”
이 시인은 지난 2007년 작품 ‘춘산을 오르며’로 경인시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늦깎이 시인다. 온갖 모진 세파를 지나온 뒤에야 비로소 시조와 친구가 된 것. 이후 산문집 ‘앞만 보고 걷다가 뒤돌아보는 인생’도 펴냈다. 이 책 역시 간결하면서도 노년의 솔직한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 시인은 “하염없이 자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아둥바둥 살아온 인생에 대한 덧없음이 물밀듯이 마음속 깊이 파고든다”며 “말년에 유일한 벗이 된 시조와 함께 인생을 마무리하는 게 마지막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의 시조속에는 언제나 자연을 벗 삼아 관조적이고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넉넉함이 묻어난다.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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