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혐오시설을 반대하는 ‘님비현상’과 유익한 시설을 선호하는 ‘핌피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내집 뒷마당은 안된다”는 이기주의의 대명사가 된 ‘님비현상’(NIMBY-Not In My Back Yard)은 광역화장장 같은 장사시설과 쓰레기소각장, 교도소, 분뇨처리장, 폐기물처리장, 원자력발전소 등 지역 주민에게 고통을 주거나, 주변 지역의 쾌적성이 훼손됨으로써 집값, 땅값이 내려가는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시설에 대한 기피 현상이다.
이와는 반대의 개념으로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핌피현상’(PIMFY-Please In My Front Yard)은 “제발 내 앞마당으로 오라”는 의미로 체육·문화시설, 대기업, 유통센터 등 경제적 이익이나 주민생활에 편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시설을 적극 유치하려는 선호 현상이다.
두 현상은 전혀 상반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지역이기주의라는 측면은 다름이 없다.
최근 경기도 지자체 가운데는 고양시가 관내에 소재한 서울시의 기피시설 이전을 놓고 오랜 공방을 벌이고 있으나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고, 올해 연초부터 불붙은 안양교도소의 재건축을 둘러싼 안양시, 군포시, 의왕시 주민들의 교도소 이전추진 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963년 마포교도소가 당시 인구 3만여명에 불과했던 안양으로 이전한 뒤, 50년이 되면서 노후된 시설에 대한 재건축을 결정하자 안양시는 물론 인접한 의왕시와 군포시민까지 가세해 이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안양권 시민들의 이 같은 재건축 반대와 이전촉구는 1960년대 이전 당시만 해도 안양교도소가 자리한 지역이 시 외곽의 농촌지역에 불과했지만 이후, 급격한 개발과 인구 증가로 인근지역이 안양권의 중심지로 변모하면서 도시 미관 저해와 대외적인 이미지 훼손 등을 더이상 감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안양교도소 문제 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혐오·기피시설의 입지와 관련된 갈등과 분쟁은 끊이질 않고 있다.
혐오시설과 기피시설은 현대사회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시설 중 하나다. 주민들 역시 이들 시설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정작 그 시설이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인근에 위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시설의 입지를 마냥 반대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주거지역에 이들 시설이 인접해 있는 것은 직접적인 피해 여부를 떠나서도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다.
몇해 전 경기 북부지역의 한 자치단체장은 이에 대해 자기 지역에는 서울시 보다도 더 넓은 땅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숙원사업인 철도 등 지역 필요시설을 설치해준다면 서울시나 타 지자체의 기피 시설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사석에서 필자에게 피력했다.
경기·인천지역에는 재정자립도 50% 이하의 농촌지역과 넓은 면적을 보유한 도농 복합지역이 아직도 상당수 있다. 이들 지역은 도로와 철도 등 기반시설과 문화·체육시설, 병원, 쇼핑센터 등 주민편의 시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지만, 중앙정부와 광역 자치단체의 예산을 지원받기는 그리 녹녹한 실정이 아니다.
이같은 필요시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기피·혐오시설 유치를 통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받아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나 광역 자치단체도 주민들이 기피·혐오하는 시설을 밀어붙여 갈등을 부추기기 보다는 사전에 충분한 여론수렴과 유치 희망지역을 공모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친환경·현대식 시설을 설치한다면 갈등과 분열이 아닌 함께 발전하는 희망의 두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황선학 지역사회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