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희망과 경기북부개발

유네스코에 세계유산위원회가 생긴지 40년이 되고 이제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 중에 있다.

 

그동안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보전에 대단히 큰 역할을 해 오고 있다.

 

문화와 자연의 보전은 사회적인 개발의 정책논리 앞에서는 사실 무기력하게 물러서는 것이 세계의 곳곳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세계유산제도가 생기면서 그리고 이 제도가 국가이미지 제고나 홍보에 크게 기여하고 실제로 관광수입이 크게 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자 그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국가로서는 자존심이 걸린 것으로 생각하고 세계유산을 지정하고자 하는 경우가 늘어가서 매년 지정할 수 있는 건수가 제한된 마당에 그 예비목록이 점차로 늘어가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 중국이 김치와 아리랑을 자신들의 예비목록에 추가했다고 하여 우리 문화유산계가 발끈한 경우도 있다.

 

이제 세계유산을 지정하고 보유하는 일은 국가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하여 나라들마다 그리고 각국의 지자체들마다 지정할 수 있는 유산이 있을 경우에는 지정되기 위한 전략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세계유산, 세계무형유산, 세계기록유산 등을 합쳐 33건이 지정됐다. 때문에 과거에 세계유산에 대한 인식이 깊지 않았지만 이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세계유산 가능성 많은 경기북부

 

우리나라도 과거에 설악산지역을 자연유산으로 지정하고자 할 때는 주민의 반대로 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지만, 제주도가 지정되자 제주도의 인지도가 상승해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 그 지정의 가치가 단순히 상징성에 그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 조선시대 양반마을의 하나인 양동을 하회마을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자 할 때는 주민들이 솔선해 경관의 보전에 협력해 준 것이 바로 그러한 인식의 연장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북부는 아마도 수도권에 인접하고 있으면서도 그동안의 수많은 개발정책에서 밀려나 있었다. 단적으로 연천이나 포천을 관통하는 그 흔한 고속도로가 하나도 없다. 서울에서 연천가는 교통시간이 대전가는 것보다도 길다.

 

연천의 인구가 5만 정도이고 주변 20㎞ 반경의 인구가 30만이 안된다. 아마도 수도권의 오지라고 할 정도이고 주민들도 상대적인 상실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지역은 자연경관이 잘 보전돼 있고 세계적으로 의미심장한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는 지역이다.

 

한탄강과 임진강의 현무암절벽이 이루는 적벽경관이나 문산의 한강과 임진강 두 큰 강이 마주치는 지역의 경이로운 경관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질 수 있는 경관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이 경관은 절경으로 인식돼 조선시대 실경산수화가 겸제 정선도 좋아해 그림을 다수 남기고 있다. 그리고 이 강을 따라 남아있는 전곡리 구석기유적지를 비롯한 문화유산들도 세계적인 평가를 얻고 있는 유산이다.

자연·문화 유산 활용 방안 찾아야

 

무엇보다도 세계적으로 유일하고 가장 중요하며 현대사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는 세계유산은 바로 우리의 가슴을 찢고 있는 철책선이자 DMZ구역 자체다. 인류역사에 그 유례가 없는 20세기 이데올로기의 충돌이 만든 거대한 유산인 것이다.

 

이제 차세대의 수도권 개발에서는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된 경기북부지역의 이러한 자연유산 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보전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만들어서 이제까지의 개발에서 뒤떨어진 보상을 마련하는 것이 사회의 균형감각을 찾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역은 그동안 개발이 억제된 탓으로 청정지역이고 지역사회도 농업과 관광산업을 통해서 경제적인 효과를 만들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이제 국가정책도 이 지역의 자연과 문화자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는 전략정책을 수립하여 이 지역이 수도권 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민들의 소외감에 대한 그동안의 보상이자 통일된 우리 사회의 미래를 대비하는 길이다.

 

배기동 전곡선사박물관장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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