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할 때 곧잘 무지개를 떠올리곤 한다. 일곱 색깔이 한데 어울려 둥글게 반원을 그린 그 모습이 삶의 지난과 궁핍을 잊게 할뿐더러 환상의 황홀경으로 안내하는 하늘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경남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 소재의 가지산 도립공원에 천성산이 있다. 이전엔 원효산이라 불렸다. 전설에 따르면, 당나라에서 온 1천명의 승려를 원효가 ‘화엄경(華嚴經)’으로 교화하자 모두 득도하여 성인이 되었다 한다. 천성산과 원효산의 유래다. 이 산은 계곡이 깊다. 깊어서 빼어난 절경을 이룬 폭포가 여럿이다. 원효암, 성불사, 홍룡사, 혈수폭포, 홍룡폭포 등이 유명하다. 옛 사람들은 이곳을 작은 금강산이라 불렀다. 박대성의 ‘현율(玄律)’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현율’은 진경산수의 시원을 열었던 겸재 정선의 금강산이 현대로 넘어와 웅숭깊게 펼쳐진 품새다. 깊은 산의 계곡과 폭포를 웅혼한 먹의 필체로 휘둘러 놓은 수묵산수는 그 자체로 거대한 자연이요 우주다. 전통이 터져서 새것을 이룬 파격의 진면목! 천룡(天龍)이 폭포 아래 살다가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랐다는 홍룡폭포(虹龍瀑布)와 그 위에 서 있는 마애아미타불이 화면의 중심이다. 그 중심이 또한 우주의 중심일 터. 원효는 크게 깨달아 광대로 살았고 대승불교를 일으켰다. 아미타는 대승불교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부처로 극락정토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다. 박대성은 회화적 상상력으로 아미타의 불성을 노란 광채로 바꾸어 세상에 비추게 했다.
꿈은 한낱 허황된 환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희망이 되고 실천이 되면 현실이 된다. 원효의 길이 그랬고, 정규 미술과정을 밟지 않았으나 현대 한국화의 대가를 이룬 박대성이 그렇다. 동해의 일출이 가장 먼저 가 닿는 곳이 천성산의 정상이다. 2월이 가기 전에 꿈의 정상에서 희망을 현실로 바꾸는 무지개를 그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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