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않는 새해가 되길

[경기시론]

시도 때도 없이 안아달라고 보채는 어린 아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객관적인 노동량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명절 때마다 아내들이 겪어야 하는 부담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식구들이 모여 온 끼니를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설 연휴 때는 특히 가사로 인한 신체적인 노동의 강도는 상당하다. 겨우 상을 차려 한술 뜨고 돌아서면, 또다시 상을 차려 내야 하는 명절시즌은 틀림없이 아내들에게 평상시와는 다른 노동 강도를 요구한다.

 

한편 명절기간, 남편들이 겪어내야 하는 고달픔도 적지만은 않다. 장시간 운전과 친지들과의 연이은 음주자리로 인한 피로는 직장에서의 그것 못지않게 몸을 지치게 한다.

 

그러나 이렇게 오랜만에 친지들이 모이는 자리의 가장 어려운 점은 육체의 고단함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그동안 서로 간에 얽혀 있던 인간관계에서 오는 말썽들 때문이다. 즉 심리적 스트레스가 결국에는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일 뿐 아니라 끊임없이 사회적 비교를 하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심리학자 페스틴저가 지적하기를 인간은 자신의 의견이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언제나 타인을 비교준거로 삼는다고 한다.

 

이렇게 이루어지는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의 현상은, 비교 기준이 되는 준거가 나와 유사할수록 더욱 심해지며, 만일 준거가 너무나 다르게 되어 비교를 멈출 수밖에 없게 된다면 그에 대한 적대감까지도 갖게 된다고 한다.

비교에서 오는 명절 스트레스

 

사회비교이론에 근거하자면 형제들은 우리가 가장 손쉽게 선택하게 되는 비교의 준거일 것이다. 또한 명절은 이 같은 비교의 과정이 가장 손쉽게 발생하는 시즌이 된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 자매들은 그동안 떨어져 살던 외로웠던 나날들에 대한 심적 보상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철저한 비교 또한 하게 되는 것이다.

 

누가 누구보다 어떤 면에서 더 나아진 것인지, 그렇게 된 데에는 부모님의 지원이 얼마나 있었던 것인지 등등. 결국 내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이유 때문에 유사한 조건에서 벗어난 것이라면, 그 점은 두고두고 말썽의 씨앗이 된다.

 

그 같은 비교과정은, 경우에 따라서는 말싸움으로 또는 몸싸움으로 극단적인 경우에는 심각한 친족 간 범죄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명절기간 중 교통사고 이외에 친족 범죄의 숫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오랜만의 명절맞이는 몸만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을 준다. 명절(스트레스)증후군이라는 진단명까지 등장하게 된 연유에는 이 같은 마음의 고단함도 틀림없이 일조했을 것이다.

마음의 여유 갖고 비교하지 말자

 

모든 형제들이 외국에 거주하는 연유로 필자는 언제나 외로운 명절맞이를 해왔다. 식구들이 북적이는 이웃을 볼 때마다 부럽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사회적 비교이론의 차원에서 보자면 부모를 모심에 있어 비교대상이 존재치 않는다는 점은 꼭 한탄할 일만은 아닌 것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촌 숙모들로 북적이는 집안에서 또래들과 신나게 웃고 떠드는 이웃 아이들을 볼 때면, 비록 어른들의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명절이 아이들에게 주는 자산은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값진 것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이제 다시금 신년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2012년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이다. 신년에는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사회적 비교의 틀에서 벗어나보자. 어쩌면 서로 간의 비교로부터 마음을 고단하게 하지 않는다면, 함께 나누는 온기만으로도 행복이 더 가까이 찾아올 것은 틀림없지 않겠는가?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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