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형 공무원이 필요하다

손일광 인천본부장 iks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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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무원들은 항상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려하는 반면 인천공무원들은 ‘글쎄요’, ‘잘될까모르겠네요’ 라며 부정적으로 이야기 합니다.”

 

인천과 경기도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서울 출신 한 기업체사장이 민원을 대하는 일부 양 시·도 공무원의 태도를 비교해 한 말이다.

 

새해벽두부터 인천공무원들이 듣기에는 몹시 불쾌하겠지만 기업체 사장의 이말은 인천공직사회에 대한 불만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또 다른 기업체 사장은 “공무원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고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에게 잘 보여야지요. 아직도 공무원들의 권위주의 자세가 만연해 있습니다”라며 인천 공직사회에 대한 한층 더 높은 불만을 나타냈다.

 

송영길 시장 취임 이후 인천을 바꾸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많은 시민들은 공직자들의 변화되는 모습을 무엇보다 기대했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는 어느새 흐지부지 되면서 지금은 “공무원에게 찍히면 힘들다”, “잘보여야 한다”, “소극적이고 부정적이며 권위적이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공직자의 윤리 의식을 의심케하는 말도 나돈다.

 

공무원생활을 그저 호구지책으로 삼고 있을 뿐 ‘자신이 왜 공무원으로서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성찰하는 공무원의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렵다.

 

불합리한 행정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개선, 어떻게든 행정수요자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혼신을 다하는 공무원도 만나보기 힘들다.

 

권위적인 행정으로 민원인이 고충을 받고 쓸모없이 많은 자금이 소요돼도 그것은 ‘민원인의 고충이고 돈일 뿐 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라며 ‘강건너 불구경’하는 공무원이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인천은 지금 국내외 도시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발전이냐, 스톱이냐’의 절박한 기로에 서 있다.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오사카 등은 ‘도시 패러다임’의 획기적 변화를 통해 동북아시아의 중심도시로 지속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어떤 도시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인천이 세계적 도시로 도약할 것인가. 다양한 해법이 있겠지만 혁신 프로그램 추진주체인 공무원과 관료조직의 변화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인천시장과 구청장, 군수가 아무리 훌륭한 청사진을 제시하더라도 기업체 사장들이 말하는 공무원 태도의 혁신없이 인천의 면모를 일신하기란 불가능하다.

 

이제 공무원들 스스로 변신을 꾀해야 할 때다. 이를테면 ‘프로듀서형 공무원’으로 변해야 한다. 공복(公僕)이란 프로의식을 갖고 새롭고 독특한 정책이나 전국에 내놓을 수 있는 특산품을 창안하는 공무원들이 그런 유형이다.

 

이들은 주민들의 힘을 이끌어내 결집시키고, 지역의 특성을 살린 고유 브랜드를 만들거나 특화산업을 일구어낸다. 여기에 현장중심의 리더십으로 민원현장 속으로 뛰어드는 공무원들로 바뀌어야 한다.

 

인천은 가장 현안으로 부상돼 있는 구도심개발사업문제와 관련 ‘조지패튼’과 같은 현장 중심의 리더십이 그 어느때 보다도 요구되고 있다.

 

공직사회에 이같은 풍토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자체에 허용된 모든 권한을 다 강구해 조선시대보다 못한 지금의 승진시스템을 하루빨리 손질해야 한다. 아무리 유능해도 연수(年數)가 돼야 하고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구조에서 경력과 승진소요기간 등에 구애받지 않는 능력주의 인사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강도 높은 교육도 수반돼야 한다. 지금의 공무원 연수교육은 승진을 위한 요식절차가 아닌가 싶다. 창의성 배양이나 발상의 전환과는 거리가 멀다. 민간 대기업의 직원 교육을 벤치마킹하든가 위탁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틀을 깨는 아픔 없이는 새로운 인천을 열 수 없다.

 

손일광 인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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