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아라(22)는 설 연휴 전부터 각종 언론 매체 인터뷰와 무대인사, 연예오락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빡빡한 스케줄에 체력을 소진, 감기도 걸렸고 25일 새벽에는 링거를 맞으며 기력을 찾아야 했다. 그러기가 무섭게 다시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 중이었다.
이날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아라는 “감기가 걸려 코 막힌 목소리를 들려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미안해했다. 오히려 이쪽이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고아라는 이내 생글생글 웃으며 답변을 이어갔다. 간혹 고개를 돌리며 입을 가리고 콜록거릴 때, ‘아, 아프다고 했지’라는 생각이 날 정도로 물음에 열정적으로 답했다.
18일 개봉한 ‘페이스 메이커’(감독 김달중)에서는 국가대표 장대높이뛰기 선수로 매력을 발산했고, 2월1일 개봉하는 ‘파파’(감독 한지승)에서는 노래와 춤 실력이 뛰어난 소녀 가장의 모습으로 관객을 찾는 그는 촬영 에피소드와 학교생활 등에 대해 차분하게 풀어냈다.
고아라는 “두 영화 모두 너무 너무 좋았고, 배울 게 많은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세월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배움의 장소였단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안성기·김명민(페이스 메이커), 손병호·박용우(파파) 등 “정말 엄청난 대선배님들과 연기를 해 좋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마라톤 선수를 연기하기 위해 매일 같이 15㎞를 달리는 등 쉼없이 연습을 한 김명민을 보고는 깨달은 게 많아 보였다.“개인적으로 죽을 뻔했다”라는 표현을 쓴 그는 김명민에게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다.
“제가 너무 심하게 운동을 해서인지 근육통 때문에 목이 안 움직일 때가 있었어요. 하루 종일 촬영을 해 몸에 무리가 갔었나 봐요. 목이 안 움직여서 그 때는 너무나 당황 했었죠. 아킬레스건염으로 통증도 있어서 며칠 동안 물리치료를 받았고, 파스는 아예 달고 살다시피 했어요. 하지만 김명민 선배 앞에만 서면 제가 어찌나 작아지는지…. 그런 제 모습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웃음)
‘페이스 메이커’ 촬영을 1달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파파’의 제의도 받았다. 엄마를 잃고 다섯 동생을 돌보는 가장 준의 캐릭터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마음에 와 닿았다는 그는 이 역할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준을 연기할 배우를 뽑기 위해 한지승 감독과 미팅한 배우만도 1000여명. 고아라는 노래를 부르는 등 열성적인 모습으로 ‘파파’에 합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촬영은 더 힘들었다. 50여일 동안 거의 매시간 촬영을 하는 등 작품 외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3~4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페이스 메이커’ 촬영 차 들른 런던에서는 대학교 서양연극사에서 배운, 셰익스피어가 직접 활동하며 연극을 올린 유서 깊은 명소 ‘글로브’ 극장에도 가봤는데 미국에서는 어딜 가는 건 어림도 없었다.
고아라는 오히려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긍정했다. “다른 거 할 시간이 없었어요. 모니터링 할 시간도 거의 없었죠. 하지만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일을 꼭 끝내야 한다는 상황에 처하면 일이 잘 풀리더라고요. 용우 오빠가 냉장고 앞에서 컵을 들고 ‘가수 안 할래?’라고 말하는 장면 등 두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 것 빼고는 거의 NG가 없었어요.”(웃음)
올해 복학해 학생 신분(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으로도 돌아가는 그는 연기와 공부를 병행하는 것을 힘들거나 지겨워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도 배우지만 학교에서 실기 실습도 하기 때문에 현장과 다를 바 없다. 학교에서 배운 게 현장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만족해했다.
<협력사>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협력사>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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