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들이] 달리의 고치(아리스가와 아리스著/북홀릭刊)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를 신봉하던 연매출 100억 엔대의 귀금속 브랜드 사장이 살해당한다. 주말을 보내려 찾은 별장에서는 사장의 시체가 ‘프로트 캡슐’이라는 명상 기계 안에 알몸으로 방치돼 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달리 수염은 잘려나간 상태고, 살해 현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메시지로 가득하다. 여러 인물이 용의선상에 떠오르는데….

 

‘일본의 엘러리 퀸’으로 불리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신작으로 추리소설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임상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 콤비가 등장하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이른바 일본의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라 할 수 있는 이들 콤비는 작가의 전작 ‘46번째 밀실’을 뒤이어 활약한다.

 

죽은 사장에게 열렬한 구애를 받은 젊고 아름다운 여비서, 여비서와 애인관계였던 주얼리 디자이너, 회사의 임원이자 사장의 동생, 거래처 광고 대행사 직원이자 사장의 이복동생 등 여러 인물이 차례로 용의선상에 오른다.

 

작가는 재산을 둘러싼 사건인지, 치정 사건인지를 밝히지 않은 채 특이한 캐릭터를 열거하며 독자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범인을 맞추려 해도 모두 알리바이가 있는데다, 다잉메시지가 각기 다른 범인을 지목해 도전이 쉽지 않다. 이처럼 난해한 과제는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을 지루함 없이 숨 가쁘게 읽어내려가도록 흥미를 제공한다. 히무라, 아리스 콤비와 추리하며 용의자를 하나씩 소거해가다 보면 새 고전 미스터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작가는 살해당한 사장의 도피처이자 치유의 장소인 프로트 캡슐을 ‘고치’로 표현, 살바도르 달리의 글을 인용해 ‘더없이 편안한 낙원’이라 칭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끔찍하게 생을 마감하는 사장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비극을 이야기한다. 값 1만3천800원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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