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영웅 되어라

[임양은칼럼]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2012년을 강성 부흥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 로동신문 조선인민군보 청년전위 등 3개 매체를 통해 발표된 북의 공동사설 제목이다.

 

위대한 김정은 동지는 곧 김정일 장군, 김일성 수령이라며 세습의 정당성을 부각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대남노선엔 ‘역적 패당의 반통일적 동족 정책대결을 짓부셔야 한다’고 했다.

 

다목적 논지다. 예상치 못한 게 아니다. 구랍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서 정치국 확대회의로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그가 새해 첫나들일 탱크부댈 시찰한 것 또한 있을법한 수순이다.

 

핵과 위성은 저들이 공식 천명한 김정일의 혁명유산이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말한다. 이를 유훈으로 받드는 김정은이 당장 어떤 변화를 보일 조짐은 없다.

 

그러나 이런 건 있다. 집단지도체제의 얼굴마담 노릇은 거부하고자 하는 점이다. 섭정을 조기수료하는 절대적 권력 장악이 가시화 된다.

 

전범·독재 나이 아까운 파멸의 길

 

당년 28세의 김정은 집권은 아버지 김정일 집권의 52세, 할아버지 김일성 집권의 36세보다 훨씬 빠르다. 주목되는 것은 약관의 지도자지만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혈기왕성한 이 젊은 지도자의 앞길을 양극화로 전망한다. 올핸 그 첫 해다.

 

김정은을 가리켜 ‘위대하다’는 수식어는 수령론의 순혈주의 논리다. 그 나이에 이렇다 할 업적이 있을 순 없다. 이래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진짜로 만들어 보이는 것이다.

 

그도 단번에 경천동지할 업적이어야 할 것이다.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지 않으면 더 큰 도박이 있다. 남침전쟁의 재도발이다. 공동사설은 ‘(남측이)북침전쟁책동을 강화했다’고 생떼를 부렸다.

 

자기네들이 혹시 도발할지 모를 대남공격의 구실을 미리 마련해둔 것이다. 할아버지 김일성이 6·25 남침을 일으킨 것이 38세 때다. 남침이 재발한다면 6·25와는 비교가 안되는 신무기의 잔혹한 대량 살상이 자행될 것이다. 군부의 강경파는 그러잖아도 “비싼 신무기들을 고철로 쓰려고 군비확장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전쟁을 원치 않는다. 전쟁도 통일도 원치 않는 것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이다. 예컨대 북녘의 광업채굴권 등을 70% 이상 갖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안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있다. 가령 아버지가 원하지 않은 일을 아들이 저질지라도 아버진 아들이 저지른 일을 수습해야 하는 것처럼, 중국은 전쟁을 원치 않아도 평양사람들이 저지르면 거들어야 하는 것이다.

 

 개혁 자유로운입장, 시대적 기회

 

김정은이 위대한 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긍정적인 것도 있다. 개혁개방은 그만이 단행할 수 있는 시대적 기회다. 우선 스위스 유학으로 서구사회를 경험했다.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4대 세습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폐쇄사회를 더 고집할 이유가 없다. 핵과 미사일만이 유훈통치인 것은 아니다. “기와집서 이밥에 고깃국”은 일찍이 김일성 생전에 신년이면 으례 나왔던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화두였다. 개혁개방으로 인민이 잘먹고 잘입고 잘살아 탈북이 없는 개방사회가 되면 유훈통치의 백미라 할 것이다.

 

개혁개방은 우리 식대로 산다는 우리식사회주의를 훼손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중국의 시장경제는 모택동의 계급혁명과는 거리가 멀지만 국부로 받든다. 공산당 일당체제 역시 그대로다.

 

평양정권 또한 ‘김정은 동지’의 개혁 개방 법통을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장군’을 명맥으로 하여 로동당 일당지배체제를 그대로 이어갈 수가 있다. 개혁개방의 걸림돌이었던 세습을 자신의 후대엔 포기할 수 있는, 젊은 그로선 결단만이 남았다. 그렇다 해서 부동의 위치를 굳힌 권력 승계가 개혁개방으로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민의 뜨거운 지지를 받을 것이다.

 

요컨대 20대 지도자 김정은에게 파멸의 전범이나 카다피 같은 독재자가 되기보단, 평양의 등소평으로 겨례의 영웅이될 업적을 기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본지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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