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임기말의 대통령이 듣기 싫은 말을 하는 게 뭣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이명박(MB) 대통령은 아무래도 인복이 많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우선 측근들의 충성심이 부족하다. 고려대·현대건설·국회의원·서울시장을 역임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 주로 측근이 됐지만 충성도 면에선 정치인 대통령의 경우보다 낮다. 당장 측근들의 배신이 너무 심하다. 일 잘 하는 사람들이란 평가를 받은 실세 측근들이 비리로 구속됐거나 형이 선고된 사람이 13명이다. 이 순간에도 어디서 무슨 수작을 꾸미고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언니·오빠가 국회의원 공천 대가, 로비 청탁으로 구속돼 친인척·측근이 ‘웬수’가 됐다. 보좌관의 비리를 도의적으로 책임진다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친형 이상득 의원까지 만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면 사태는 더 복잡해진다. 형님이 정치하는 걸 말리지 못한 원죄가 크다. 뒤늦게서야 한발 뺀 형님도 책임이 없다할 수 없다.
자고로 권력무상이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은 커녕 권불오년이다. 조선 왕조 참여를 거부했던 목은 이색은 ‘군자의 지킴(君子守)’란 시에서 “아침에 재상 권력 잡았어도(當朝秉鈞衡/ 한번 기울면 재앙이 미친다(一傾災禍延)”고 권력무상을 읊었는데 지금은 권불사년(權不四年)이다. 임기가 그래도 아직 남았는데 이 지경이다. 압도적인 지지 속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말년이 역대 다른 정부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걸 보자니 국민이 불쌍하다.
MB는 취임 초 “내 임기 중엔 측근비리가 없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빈 말이 됐다. 한비자(韓非子)가 망국(亡國)을 막는 ‘불망지술(不亡之術)’로 준법정치, 신상필벌, 지혜집중, 실력배양, 국민총화, 방위강화 등 여섯가지를 꼽았다. 만일 MB가 한비자의 충고를 따랐다면 유전무죄·무전유죄 시비는 나오지 않았다. ‘고소영 인사’와 회전문 인사가 등장했을 리 없다.
그래도 임기는 제대로 마쳐야 한다. 2012년엔 과거 4년보다 할 일이 훨씬 더 많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당장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터다. 경제에도 먹구름이 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 연착륙’을 양대 국정과제로 삼고 4·11 총선, 12·19 대선 정치일정을 무리 없이 치러야 한다. 공정사회 실현, 공직사회 기강확립, 엄정한 친인척·측근 관리로 ‘임기말 증후군’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된다. 특히 친인척·측근을 친국(親鞫)해야 된다.
‘유종지미’는 ‘아름다운 마무리’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탕편(蕩篇)’에 나오는 미불유초(靡不有初) 선극유종(鮮克有終)도 같은 의미다. ‘처음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으나 능히 끝을 얻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다. 시작은 요란했으나 공이 형편 없거나 욕심으로 명예를 더럽히는 경우다. 현인(賢人)들은 “이 세상을 떠날 때 아름다운 마무리가 중요하지만 살아가면서도 큰 고비 때마다 매듭을 잘 지어야한다”고 일러주었다. 시경(詩經)>
아름다운 마무리는 공직 등 사회의 어떤 자리에서 물러날 때 중요하다. 유종지미를 거두지 않으면 그동안 쌓았던 노력들이 도로(徒勞)가 된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아름다운 마무리가 중요하다.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 에서 “공수신퇴(功遂身退·공을 세우면 물러나고), 생이불유(生而不有·살아가되 없는 듯이 하라)”고 했다. 마무리를 하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유종지미라고 하였다. 흑룡의 해 임진년을 맞아 이명박 대통령의 강녕과 유종지미가 함께 하길 바란다. 도덕경(道德經)>
논설위원
임병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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