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사장님들… 지금은 일용직

불황 장기화에 폐업 속출… 일용 근로자 5년새 두배 늘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전모씨(53)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원 5명을 둔 사업체의 어엿한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일거리가 줄어들고 기계 구입 등을 위해 받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전씨는 빚더미에 앉아 결국 폐업 신고를 내고 말았다.

 

20여년 동안 사출 관련 사업을 해 온 전씨는 나이 제한과 특별한 기술이 없어 1년을 방황하다 결국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자식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씨는 “가진 자로 대우를 받으면서 살다가 추운 막노동 판에 나가 일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지 모른다”며 “안하던 일로 몸이 아파도 고생한 아내와 자식들에게 미안해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배달원 박모씨(46)의 사정도 비슷하다. 10여년 동안 금형업을 해왔지만 업계 자체에 자금이 돌지 않으면서 생계를 이어나가기가 힘들어지자 사업을 접고 배달일을 시작했다.

 

박씨는 한달 130여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재기를 꿈꾸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이처럼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자영업을 해오던 ‘사장님’들이 사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건설현장 등의 비정규직인 임시ㆍ일용근로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기준 경제총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68만8천명이었던 임시, 일용 근로자는 지난해 252만9천명으로 2배 정도 증가했다.

 

특히 건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55만1천여명으로 전체 임시ㆍ일용 근로자 중 46.9%를 차지하며 가장 비중이 높았고 숙박ㆍ음식점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45만9천명(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상용근로자 증가율은 16.1%에 그쳤고, 전체 근로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이 60.9%에서 60.6%로 감소했다.

 

반면 2005년 2천개였던 대기업 수는 지난해 3천개로 38.4% 늘어나는 등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정원경 과장은 “내년 경제전망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수 시장을 살려 고용창출 등의 효과로 근로자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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