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개인의 경제적 아이덴티티를 결정하는 주된 요소로서 삶의 제반 요소에 결정적으로 관여하며, 개인의 심리적 그리고 물리적 평안을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따라서 개인의 잠재력과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고, 이에 부응하는 직업을 가지며, 안정적 직업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복지사회 구현을 위해 필수적인 요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높은 청년실업률과 사회양극화, 그리고 노령인구의 증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직업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 시도 지자체별로도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여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담부서 배치 및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하나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1억씩 들고 있다”는 이야기는 일자리 창출의 비 효과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되고는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저고용(underemployment), 예산투입 일자리(budget-based employment), 한시적 고용(temporary employment)이 많은 실정이다.
한계에 부딪힌 일자리 창출
이런 이유로 직업에 대한 불안감은 사회적으로 더욱 고조되고 있는 듯하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의 자살은 그 직접적인 사건이며, 미래에 대한 불안이 뒤따른다는 것 때문에 수능점수 기대치 미비로 인한 자살, 금전을 둘러싼 가족 간의 사건 등은 그 간접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로의 인재유출, 경쟁력이 없는 자영업 위주의 창업 등은 이런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헬리콥터형 부모의 등장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현재의 대증적 요법은 성공을 이끌어 내기 어려우며,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가 좋아지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나빠지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이것도 사실은 아니다. 경제가 좋아진다고 하더라고 임금이 개입되는 경우, 낮은 임금을 선택하기 위해 외국에 투자하는 경우가 점점 늘기 때문에 국내 시장의 인력난은 개선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한 노동시장과 강성노조, 외국인력의 적절한 활용 문제 등도 또한 개입된다.
직업선택 인식 전환 필요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다양한 처방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사회를 지탱하는 신념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을 요청하고 있다. 즉, 기업 및 산업 환경의 문제나 개인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직업훈련이나 이력서를 작성하는 방법 등을 배워서 취직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대한민국 사회를 직장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전환시킬 때 가능하다. 대한민국은 일자리에 대해 직장중심의 사고를 한다. 가치 중심의 직업선택이 아니라, 외형적 요소에 치중함으로써, 학벌중심의 사회, 유명 순서에 따른 직장선택 등으로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나아가 경제적 보상이 개인의 직업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에 됨에 따라 다양한 개인의 가치와 창의력 및 잠재능력을 발휘하는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직업에 대한 불안은 개인의 결혼 및 자녀 출산, 나아가서는 노후생활에 까지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개인은 가치중심의 직장 선택 자세를, 사회는 개인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그리고 국가는 가치중심의 사회를 창출하는 선진복지국가 실현에 초점 맞출 필요가 있다. 차명호 평택대학교 상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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