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1조달러’를 접하는 우리의 자세

정재환 경제부장 j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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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연간 무역액이 세계 9번째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기록을 미국은 1992년, 독일은 1998년, 일본은 2004년에 각각 달성했다.

 

지난 1967년 연간 무역액이 10억 달러 수준이었던 우리나라는 올림픽을 개최한 1988년 1천억 달러를 넘어선 지 23년 만에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이같은 기록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유일무이하며 세계를 견인하는 ‘무역 강국’으로서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만하다.

 

그러나 수출을 이끌고 있는 견인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견인 품목이 선박, 석유제품, 반도체, LCD, 자동차, 휴대전화 등 6대 품목에 쏠려있고, 이 품목들은 이웃 나라 중국의 추격이 매서운데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경기지역의 주요 수출 품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도체와 자동차, 휴대전화와 평판디스플레이, 영상기기와 자동차부품 등이 도내 전체 수출의 절반을 웃돈다. 물론 이 같은 품목은 전세계적으로 교역이 꾸준히 늘어온 이른바 ‘글로벌 트렌드’로 무역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낸 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품목의 지속가능성과 항구성을 담보하기에는 수출입 환경의 변화가 빠르고 변수가 수없이 많다. 무역 기조를 튼실하게 유지해줄 새 품목의 발굴과 개발이 절실한 대목이다.

 

2050년까지 세계적으로 1천 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원자력 플랜트와 관련 부품, 한류(韓流)를 기반으로한 문화콘텐츠 수출 등이 그 예로 거론되기도 한다.

 

현재 수출을 이끌고 있는 품목들의 꾸준한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에서는 창의적이고 기술력이 풍부한 중소기업을 꾸준히 찾아내 지원하고 투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해외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판로와 유통에 강점을 지닌 대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이들 중소기업과 연대하는 ‘상생적 투자와 제휴’도 중요해보인다.

 

막걸리 열풍 속에서도 수출에 노하우가 부족했던 한 탁주업체가 자신의 상표로 그대로 생산하면서 해외 수출과 마케팅을 대기업에 맡긴 후 6개월만에 200억원 어치를 수출했다는 최근의 화제가 그 실례다. 또 한가지는 경기도 수출기업의 대상국이 몇몇 나라에 치우쳐 품목 다변화 뿐 아니라 수출 대상국을 다양하게 늘리는 노력도 시급해지고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중국과 미국이 최대 수출국으로, 홍콩과 일본, 대만과 싱가포르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수출 대상국이 제한돼있으면 이들 나라의 경기 흐름이나 상황과 태도 변화에 따라 품목의 증감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내놓은 향후 수출 여건 분석 자료를 통해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의 재정위기로 소위 더블딥(이중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對선진국 수출은 둔화되는 반면, 對신흥국 수출은 견고한 성장세를 지속하리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미 중국은 이 달 들어 내년 수출 기조를 ‘신흥국 수출 확대’에 맞추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물건을 사줄 수 있는 나라면 어디든 찾아가 부딪혀보겠다는 ‘도발적’ 세일즈 정신이 기업과 기업 지원 당국 모두에게 중요한 이유다. 특히 인도와 베트남, 브라질 등 신흥국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업과 학계, 유관기관 등의 콘소시엄도 시도해볼만하다.

 

수출국의 다변화 뿐 아니라 기존 수출 대상국인 선진국들의 시장 흐름을 끊임없이 살피는 것도 과제다. 선진국들의 소비 구조도 부단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내구재 매출은 크게 떨어지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친환경 자동차 등 차세대 품목들의 매출 신장세는 계속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들 성장 품목 공략을 위한 대비도 현 수출 기조 유지의 관건이다.

 

수출 패러다임의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고 안정적인 품목과 수출국을 확보하는 것. 무역 1조 달러를 넘어 2조 달러 시대를 준비해야하는 우리의 자세다.

 

정재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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