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뭐 있어

‘인생 뭐 있어’. 요즘 유행어라고 합니다. 유행어가 종종 시대적 화두(話頭, 불교에서 참선 수행의 실마리를 일컫는 말)가 되어 온 터라서 그 쓰임새를 한번 관심 있게 살펴보았습니다. 노래, 각종 기고문, 방송, 광고의 소재와 제목으로 널리 쓰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쓰임새는 경우마다 달랐습니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자,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살자는 긍정적인 쓰임에서부터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 닥치는 대로 살자는 식의 부정적인 쓰임까지 그 쓰임새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시대적 흐름이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이니 저마다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보면, 개성 중시의 세태가 또 하나의 시대적 흐름인 무관심과 냉소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가족과 이웃에 대한 무관심 또는 냉소,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 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개성 중시라는 ‘유행’은 자기중심주의와 독선으로 흐를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소납이 하고자 하는 얘기는 어떻게 해야 ‘좋은’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좋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우선 나는 누구이고 내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공동체는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인생의 주인공인 나는 누구일까요? 소납이 참스승으로 예경하는 부처님 얘기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만,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처음 하신 말씀입니다. 우주 만물 중에서(천상천하) 오로지 내가(유아) 스스로 존귀하다(독존)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 말씀을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났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안하무인’인 사람에게 ‘네가 무슨 천상천하유아독존이냐’ 하고 핀잔할 때 쓰곤 합니다. 이는 말뜻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참뜻은 우주 만물이 차별 없이 모두 존귀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독’(獨)이라는 글자 때문입니다. 독은 자주독립할 때에 쓰이는 독으로 ‘스스로’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나라는 존재는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존귀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만 독존일까요? 아닙니다. 각자의 ‘나’가 모여서 우리(공동체)가 되고 더 크게는 우주가 되듯이 우주의 모든 것이 독존입니다. 그래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부처님 말씀에는 내가 독존이듯이 남도 독존임을 알고 존귀하게 대해야 한다는 지혜의 가르침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남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내가 잘나서도 아니고 내게 이로워서도 아니며 남이 불쌍해서도 아니고, 오로지 존재한다는 그 자체를 존중하고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세상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 창조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연(自然)이라는 단어가 스스로 자에 그럴 연이라는 글자로 이루어진 것처럼 세상은 스스로 그렇게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과학을 공부한 분들은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스스로 그렇게 생겨나는 법칙을 ‘연기법’(緣起法)이라고 합니다. 연기법을 쉽게 설명하면 세상 모든 것은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생겨나는 것이고 이것이 있으므로 해서 저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누가 창조한 존재도 아니고 보이지 않는 존재에 의해 내 인생이 좌우되는 것도 아니며 또한 나만 따로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수많은 독존의 존재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존재하는 것입니다.

 

요즈음 슬프고 안타깝고 한심한 소식들이 많이 들려옵니다. 그런데 원인이 무엇일까를 가만히 짚어보면 서로가 독존임을 모르고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담 조계종 총무부장·불교방송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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