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은 어딘지 지루하고 갑갑하다’고 느껴 멀리했다면 김진명의 ‘고구려’(새움 刊)를 읽어보는 순간 그 고정관념이 깨끗이 사라질 것이다.
기존의 고루한 역사소설과는 달리 속도감 있는 문체, 짜임새 있는 줄거리, 저마다의 개성을 갖춘 매력적인 등장인물, 영화처럼 스펙타클하게 그려지는 전투 장면까지. 첫 페이지부터 독자들을 사로잡는 중독성이 강한 고구려는 ‘삼국지보다 재미있게 쓸 것’이라는 각오가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재미있는 역사소설이 탄생했다.
‘고구려’는 고구려 역사 중 가장 극적인 시대로 손꼽히는 미천왕 때부터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 장수왕까지 여섯 왕의 이야기를 다룬다.
‘고구려’ 제4권은 낙랑을 정복한 미천왕 을불의 두 아들, 사유와 무가 주인공이다. 형 사유는 성격이 온순하고 동생 무는 활달해 둘의 성격은 크게 달랐다.
어미를 잃은 새끼가 가엾어 어린 노루에게 활을 겨누지 못하는 사유에 비해 무는 뛰어난 무예솜씨를 선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의 고구려를 이끌어 갈 왕은 강한 무여야 한다고, 그가 태자가 될 거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을불의 선택은 사유였다. 을불이 굳세고 용맹한 무가 아닌 유약하기만 했던 사유를 태자로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태자가 된 사유는 어떤 방법으로 고구려를 이끌어나갈 것인가?
고구려 역사상 위기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고국원왕 시절, 가장 비참했던 왕으로 손꼽히는 고국원왕. 그러나 그는 다른 어떤 왕보다 백성들을 생각했던 왕이다. 김진명의 의해 복원되는 고국원왕의 새로운 모습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작가 김진명이 그간의 작품들에서 선보여왔던 통쾌한 역사 해석과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짜임새 있는 구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자칫 대하 역사소설이 가져올 수 있는 지루함을 말끔히 걷어냈다는 평가다. 또 저자는 당시의 고구려 상황과 함께 최근의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까지 아우르며 ‘구려 역사 바로알기’ 시도한다. 값 1만2천8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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