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부터는 이동통신사 전용 휴대전화 단말기가 사라져 원하는 휴대전화와 마음에 드는 이통사를 제약 없이 골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또 대형마트나 해외에서 구입한 단말기도 ‘유심(USIM·사용자 식별카드)’만 꽂으면 즉시 개통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동전화 단말기 식별번호(IMEI) 제도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휴대전화 어디서 구매하든 개통 가능
IMEI(International Mobile Equipment Identity)란 휴대전화를 출고할 때 제조사가 부여하는 단말기 국제고유 식별번호 15자리를 말한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대부분의 이통사는 IMEI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통신을 허용하고, 분실이나 도난 등 신고된 단말기만 통신을 차단하는 ‘개방형 IMEI 관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유통망에 구애 받지 않고 단말기를 자유롭게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이통사는 단말기의 IMEI를 자사의 시스템에 등록하고 등록된 단말기만 통신을 허용하는 ‘폐쇄형 IMEI 관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이동통신사 A가 제조사 B가 만든 휴대전화 C의 IMEI를 등록하지 않으면, C를 사면서 A에 가입하는 게 불가능하다. 다른 이동통신사에서 팔거나 외국서 사온 휴대전화도 등록을 거부해 왔다.
따라서 단말기 가격의 투명성 논란, 이용자의 단말기 선택권 제약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또 제조사의 장려금, 이통사의 보조금이 혼합된 유통구조로 단말기 가격경쟁이 촉발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새 제도 도입으로 IMEI 미등록 단말기도 이동통신사가 개통해주면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된다는 설명이다.
단, 이 제도는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SK텔레콤과 KT에만 우선 적용된다. 유심과 휴대전화 분리는 3G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2세대(2G)를 종료하고 4세대(4G)로 완전히 전환하는 시점부터 이 제도가 적용된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 가격 인하 기대
제도 시행에 따라 휴대전화 유통망에도 대변혁이 일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직접 유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팬택과 외산업체 등 유통망이 비교적 적은 곳들은 대형마트나 편의점과 같은 대형 유통업체와 손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이동통신 재판매(MVNO) 전용 휴대전화 판매점, 해외 휴대전화 전문 매장 등 새로운 형태의 유통망도 생길 수 있다.
SK텔레콤이나 KT의 망은 빌렸지만 휴대전화가 부족해 가입자 모으기가 어려운 MVNO들의 반격도 예상된다. 이용자가 다른 곳에서 직접 사온 휴대전화를 개통해주는 ‘동일 조건’으로 경쟁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유통망이 등장하면서 단말기 가격경쟁을 유발하고 저가형 단말기의 제조·유통을 촉진시켜 이용자의 선택권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동통신사들은 휴대전화만으로 승부를 보기 어려워졌기에 더 저렴한 요금제와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통사, 휴대전화 제조사는 긴장
이처럼 새 제도는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통사와 휴대전화 제조사 양측 모두에 달갑잖은 소식이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전산시스템 개발비용이 추가로 드는데다 휴대전화 요금에 할부로 반영되던 단말기 가격이 빠지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제조사 또한 중고나 저가 휴대전화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수익성이 악화된다. 또 별도의 유통망을 구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중소 휴대전화 제조회사들이 시장을 잠식해올 가능성도 있다.
또 중고 휴대전화기나 이통사 외 유통망을 통해 구매한 휴대전화는 이통사들이 요금 할인을 적용해 주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울러 분실이나 도난 시 식별번호를 모르면 신고가 불가능하고 부가서비스 이용이 어려울 수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사 이외에서 구입한 단말기나 중고단말기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요금할인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금제 출시를 적극 유도할 것”이라며 “불법사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신고된 단말기의 IMEI를 공유하고 통합 관리하는 IMEI 통합관리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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