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와 아마추어정치

2011년 프로야구는 삼성의 우승과 SK의 준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을 보여준 삼성라이온즈와 특유의 저력과 끈기를 보여주며 막판까지 숨 막히는 접전을 펼친 SK와이번스, 화끈한 공격야구를 보이며 팬들을 흥분시킨 롯데자이언츠 선수단 등 대한민국 모든 프로야구 선수와 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올해 프로야구의 감동은 관중 680만 시대로 이어졌고, 내년 시즌에는 700만 돌파가 기대된다. 열혈팬 뿐만 아니라 가족들끼리, 연인들끼리, 넥타이부대와 아줌마부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그라운드를 찾고 있다.

 

그러나 2011프로야구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 8월 갑자기 감독을 경질한 구단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SK 팬들이 그라운드를 점령하고 불까지 지르는 사태가 있었고, LG는 후반기 성적이 추락하면서 청문회를 요구하는 팬들의 요구로 홍역을 앓기도 했다.

 

이제는 프로야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구단 운영에까지 관여하려는 열성 팬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야구팬들은 이제 프로야구의 중요한 한 축이 됐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들은 팬들과 어떻게 의사소통해야 할지를 헤매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정치판은 프로야구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

 

지난 10·26 재보궐 선거 최종 투표율은 45.9%로 역대 2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다. 이는 2000년 이후 총 23차례 치러진 각종 재보선 평균 투표율 33.7%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였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처럼 지금껏 각종 선거에 소극적이었던 20∼30대 젊은 유권자들과 40대 직장인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또, 2011프로야구의 불미스러웠던 장면처럼 지난 10·26 재보선도 선거기간 내내 각종 탈·불법 루머와 상호 비방, 네거티브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불법 선거운동 논란과 고소·고발전 등이 잇따랐다. 결과는 야권 후보경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 후보와 본선에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 모두 기성 정치권을 뒤흔든 소위 ‘안풍’(安風)의 지원 사격을 받은 무소속 후보에게 연타석 홈런을 맞고 말았다.

 

기존의 정당정치에 쓰나미가 덮친 것이다. 기성 정치권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도대체 유권자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를 헤매고 있다. 그러나 그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2011프로야구에서 보듯이 지금은 젊은 야구, 소통의 야구가 대세다. 이번 시즌 우승팀 삼성은 구단과 감독, 선수의 완벽한 호흡으로 5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류중일 신임감독은 ‘소통의 야구’를 외치며 선수단과 팬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준우승팀인 SK도 이만수 감독대행의 특유의 친화력으로 선수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팀을 추스르고 준우승이라는 업적을 이뤄냈다.

 

이처럼 우리 정치권도 이제는 젊은 정치, 소통의 정치가 필요하다. ‘불통(不通) 정치’, ‘불통 행정’을 벗어나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시민들과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말로만 하는 소통이 아닌 진정 정서의 교감을 나누는 소통이 필요한 때이다.

 

최근 2040세대는 이구백, 삼초땡, 사오정이라 불리며 팍팍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기성정치는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도, 함께 공감하지도 못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분노가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프로야구의 짜릿하고 멋진 플레이는 팬들의 관심과 사랑, 격려가 시발점이다. 우리 정치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아마추어정치에서 벗어나 프로정치가 될 수 있도록 기성 정치권은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달려야 한다.

 

박보환 국회의원(한·화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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