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서슬 퍼런 감시가 전국을 지배하던 1932년 어느 여름밤. 경성 최고의 극장 명수관의 사장 김명수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사람들은 경연난에 괴로워하던 김 사장이 독을 마시고 자살한 것이라 여겼지만, 명탐정 설홍주의 눈에는 희미한 타살의 흔적이 발견된다.
한동진 작가의 추리소설 단편집 ‘피의 굴레-경성탐정록 두 번째 이야기’(북홀릭 刊)가 출간됐다. 이번 작품은 지난 2009년 ‘경성탐정록’의 후속편으로, 경성 최고 극장인 명수관의 사장 김명수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야기를 담은 표제작 등 단편 4편을 담았다.
소설은 전편과 같이 명탐정 설홍주와 그의 친구 한의사 왕도손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설정을 통해 마치 셜록 홈즈와 와트슨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전편에 비해 트릭의 정교함이 한층 높아졌으며, 시대적 상황과 어우러진 사건의 구성도 치밀해졌다. 특히 표제작인 ‘피의 굴레’는 한 편의 시에 숨겨진 복잡한 암호 트릭과 시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대를 이은 비극의 스토리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 다른 단편 ‘외과의’는 범인의 시각에서 사건을 풀어가는 색다른 맛을 준다.
‘피의 굴레-경성탐정록 두 번째 이야기’는 정통 추리물의 공식에 충실하다. 셜록 훔즈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만큼이나 이야기의 구성도 셜록 홈즈 스타일의 고전추리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의문의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 현장과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단서들을 분석하며 범인이 누구인지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증거를 바탕으로 냉철한 탐정의 두뇌로 모든 것을 밝혀내는 식이다.
탐정과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며 독자들은 쉽게 책에 몰입하게 되며, 예상을 뒤엎는 의외의 반전과 논리적 추리는 사건 해결과 궁금증 해소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값 1만2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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