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전성시대 다시 오나

김훈의 신작 ‘흑산’, TV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는 ‘뿌리깊은 나무’,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난설헌’ 등 최근 역사소설이 가히 붐을 이루고 있다. 수백 년 전 과거를 가감 없이, 긴박감 있게, 유려하게 각기 담에 낸 소설은 분명 존재했지만, 결코 갈 수 없는 신비한 시간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흑산(김훈著/학고재刊)

2007년 병자호란의 참담한 역사를 다룬 ‘남한산성’을 통해 역사 소설가로 자리매김한 김훈이 4년 만에 장편소설을 내놨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조선사회의 전통과 충돌, 지식인들의 내면을 다룬 신작 역사소설 ‘흑산’이다.

성리학적 신분 질서의 부당함에 눈떠가는 백성들에게 조선 후기의 혼란을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천주교가 떠오른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피폐한 삶에 대한 구원의 간절한 염원을 천주교에 담아내지만, 이가 무참히 짓밟혀 가는 과정이 애처롭다.

흑산도를 비롯해 경기 화성시 남양 성모성지, 충북 제천시 배론 성지 등 천주교 박해의 역사적 장소를 답사하고, 사료와 천주교사 연구서를 참고하며 당시의 상황을 철저히 묘사하려 한 작가의 고투가 느껴진다. 값 1만3천800원

 

■뿌리깊은 나무1,2(이정명著/밀리언하우스刊)

우리 역사상 손꼽히는 태평성대 세종시대를 배경으로 용감(?)하게도 살인사건을 전면에 내세운 소설이다.

훈민정음 반포 7일을 앞두고 경복궁에서 기이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집현전 학사들이 매일 밤 시체로 발견되지만 살인자의 정체는 종잡을 수가 없다. ‘바람의 화원’으로 잘 알려진 이정명의 한국형 ‘팩션’으로 역사의 깊이와 소설적 재미를 동시에 살려냈다. 치밀한 스토리와 복선, 연쇄살인에 숨겨진 철학적 배경과 각기 다른 세계관을 벌이는 학사들의 대립이 흥미진진하다. 값 1만2천원

 

■난설헌(최문희著/다산책방刊)

16세기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삶을 조선의 풍속사와 어울려 생생하게 담아내며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시를 쓰며 창작을 통해 자신만의 세상을 꿈꿨지만, 여성이 존중받을 수 없었던 시대의 벽 앞에 스물일곱의 짧은 생을 마감한 허난설헌의 모습을 그렸다. 특히 시대를 넘어서는 재능으로 고단한 삶이 더욱 고통스러워 지지만, 자신의 고통을 견뎌가며 빛나는 시를 써내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남성중심적인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며 위대한 문학의 발생과정을 심도있게 형상화했다. 값1만3천원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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