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참 이상한 선거라는 생각은 여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
우선, 여야가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성남 분당을)는 선거 막판에 이른 현재까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여론의 초점은 박근혜 전 대표의 나경원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 맞춰져 있을 뿐 홍 대표의 움직임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도 손 대표가 야권단일후보인 무소속 박원순 후보 선거운동에 열심이지만 박 후보측과는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형성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여야 대표가 후보들과 융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이지 않는 손’이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한나라당 나 후보의 경우, 강재섭 전 대표(성남 분당을 당협위원장)가 꼽힌다. 나 후보는 강 전 대표가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재)동행의 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 4·27재·보선 당시 강 전 대표의 성남 분당을 공천을 놓고 홍 대표(당시 최고위원)는 강 전 대표의 공천을 강하게 반대한 반면 나 후보는 강 전 대표의 공천을 주장하며 대척점에 섰었다.
재보선 이후 안상수 대표(의왕·과천)가 물러나면서 치뤄진 전당대회에서 홍 최고위원은 대표에, 나 최고위원은 재선 최고위원에 각각 선출됐지만 ‘개혁공천’ 문제를 놓고 홍 대표와 나 최고위원은 자주 충돌했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 후보 공천과정에서 홍 대표는 나 최고위원의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등 껄끄러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홍 대표와 나 후보간 관계는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선 당시 안 대표와 강재섭 후보간 관계의 재판(再版)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강 전 대표의 동행 멤버들은 현재 한나라당 주요 당직에 포진해 있다. 정진섭 경기도당 위원장(광주)과 박보환 도당 수석부위원장(화성을)을 비롯, 신영수 대외협력위원장(성남 수정),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 유일호 원내부대표 등이 모두 동행의 상임이사 혹은 이사를 맡고 있는 친 강재섭계 의원들이다. 따라서 나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된다면 홍 대표보다 강 전 대표가 더욱 미소를 띨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소속 박 후보는 어떤가. 민주당 인사들은 이해찬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주목한다. 5선 의원(13~17대)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 선대위원장이 박 후보의 주요 정책결정과 동선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 인사들의 주장이다.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친노 인사들이 캠프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특히 밑바닥 호남지지층이 박 후보측에 선뜩 손을 내밀지 못하고, 이것이 예상외로 박 후보가 고전하고 있는 큰 이유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손 대표가 민주당 당원들에게 박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박 후보측은 손 대표와 밀착하기 보다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쳐다보는 것도 야권의 부조화를 반증한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박 후보가 민주당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민주당 입당’이라는 카드를 꺼내야 하지만 이 선대위원장이 민주당 입당에 부정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는 것은 한나라당 박 전 대표의 나 후보 지지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박 후보가 고전을 하는 것은 나 후보측이 잘해서가 아니라 박 후보측이 예상외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민주당측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여야 대선주자들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박근혜·안철수 보다, 여야 대표들 보다 이번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강재섭·이해찬 등 ‘보이지 않는 손’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까.
김재민 디지털콘텐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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