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은 고풍의 품위, 부석사

부석사 오르는 길은 나를 낮추는 해탈의 길이다. 나는 아직 겸하(謙下)치 못해 뻔뻔하다. 부처님 전에 부도덕하지만 오늘도 산채비빔밥에 반주로 안동쐐주 한잔 꺾을 수밖에 없다. 독한 주기가 온몸에 퍼질 때 길가에 사과 익는 산사에 오른다. 은행나무 도열한 울퉁불퉁 돌부리 박힌 흙길이 소박하고 정겹다. 고개 숙여 안양문을 오르니 아! 무량수전, 그 단아한 위엄이 가슴을 친다. 단청을 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품위, 문살과 배흘림기둥과 처마의 곡선에 반해 가져간 시간을 다 소모했다. 멀리 첩첩이 뻗은 소백산맥이 횡대로 누워 자리에 들 때, 숨 가쁘게 조사당을 배알한다. 이 절을 다시 오는데 십년이 걸렸는데 다음은 또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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