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따라 내설악 백담사에 갔습니다. 용대리에서 백담사 가는 셔틀버스가 있었지만 걸어서 갔습니다. 한 시간 남짓 오르는 산길은 호젓하고 아름다웠으나 오 분 여 간격으로 내뿜는 매연에 헐떡였습니다. 그래도 백담사로 통하는 수심교(修心橋) 아래 하얀 자갈과 맑은 물은 마음속 침전물을 깨끗이 씻어주었습니다. 백담사엔 스님들이 혼신을 다해 법고를 치며 마음을 닦고 또 닦았습니다. 나는 조용한 음악이 님의 침묵처럼 흐르는 만해 기념관에서 그의 웅혼한 시심 속을 헤어날 수 없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산사를 거닐며 아아, 순정한 사랑과 잃어버린 청춘은 긴장감을 상실한 채, 내 곁을 영영 떠나갔음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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