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까지 했는데… 번호표에 번호가 없어?

현장속으로 토마토저축銀 가지급금 지급 첫날

“어제 저녁부터 김밥 한 줄로 버텼어요. 그런데 종이 한 장으로 사람을 농락합니까?”

 

지난 18일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토마토 저축은행 예금자에 대한 가지급금 지급이 22일 시작된 가운데 ‘번호’가 없는 지급표에 고객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전날 낮부터 가지급금을 받기 위해 토마토은행 수원지점 주차장에서 밤을 지새운 고객들은 때아닌 노숙에 패딩 점퍼와 목도리를 칭칭 두른 채 번호없이 날짜와 오전 또는 오후만 적혀있는 지급 번호표를 받아들고 황당해했다. 23일자 지급 번호표를 받은 이모씨(57·여)는 “우리가 죄지은 것도 아닌데 박스를 깔고 차디찬 바닥에서 자면서 번호도 없는 종이 쪼가리를 받아야겠느냐”며 “번호가 없으니까 허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내일까지 여기서 기다릴 작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번호표에 대한 불만이 격해지자 지급 차례를 기다리던 고객 한 명이 나서 이날 지급 대상자인 예금자들에게 동의를 얻은 뒤 줄을 선 순서에 따라 자체적으로 번호를 부여하며 질서 정리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일어났다. 고객들의 항의에 수원지점 관계자는 “1일 처리 능력이 100~200명밖에 안되므로 사실상 번호는 무의미하다”며 “오전과 오후 상관없이 지급 번호표에 쓰여있는 날짜 오전 9시까지 오면 가지급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가지급금을 받게 된 고객들은 자신의 번호에 맞춰 관리요원들의 통제에 따라 후문을 통해 15명씩 들어갔다.

 

예금자들 “사람 농락하나”

 

일부 대행은행으로 발길

 

예보 홈페이지 한때 마비

일부 고객들은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다 지급날짜가 10월5일을 훌쩍 넘기자 인근에 있는 농협 인계동지점과 우리은행 인계동지점 등 가지급금 대행은행으로 부랴부랴 뛰기 시작했다.

 

농협은 토마토 예금자 가지급금 신청 장소를 따로 만들어놓고 날짜와 번호가 적힌 번호표를 나눠줬고, 우리은행은 하루 150명으로 가지급금 지급 수를 제한하고 예금자들에게 가능 날짜를 안내했다.

 

하지만 오후 2시쯤 농협 인계동지점을 찾은 정모씨(43.남)는 “번호표 받았더니 한 달 뒤에나 가지급금을 받으러 오라고 적혀있었다”며 “바로 받을 수 있을 것처럼 떠들더니 한 달 뒤에 그것도 가지급금을 받아야 하는 게 말이 되냐” 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 가지급금 신청 업무가 지연되면서 은행 방문을 할 수 없는 회사원 등은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첫날이다 보니 이날 오전 가지급금 신청자 5만여명이 한꺼번에 몰려 업무가 지연된 것”이라며 “오후 3시 현재 4만6천여명이 가지급금을 받았고, 부실 저축은행 예금자들을 위해 100만명을 처리 목표로 두고 서버를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혜준기자 wshj222@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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